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141)

"돈을 못쓰게 돼있다지만 안쓰고 되나. 돈 안좋아 하는 사람 누가 있어. 돈먹으면 다 찍게 돼 있는 거야. 모두 모르는 면상인데, 그래도 돈 주면 그 사람찍을 것 아냐. 누가 돼도 마찬가진데"맘보가 말한다. 나는 가만 있다. 나붙은 여러 얼굴들만 본다. 모르는 얼굴들이다. 아니다. 얼굴 하나는 안면이 있다. 그 면상만이 넥타이를 매고 있지 않다. 그면상만이 양복이 아닌 점퍼차림이다. 머리카락도 푸수수하다. 깡마른검은 피부다. 사무보는 타입이 아니다. 노동자다. 아니면 농부, 아니면 어부다. 그런 면상들은 그런 티가 났다. 나는 벽도 앞에 가까이 다가간다. 그 면상을 뜯어본다.

"아는 면상이니?"

맘보가 묻는다.

"응, 아는 면상"

"어디서 봤어? 우리 지하에 오는 사람 아니잖아"

"아니야. 그래"

"그럼 어디서?"

"어디서? 데모할 때, 있었어"

나는 그 면상을 보았다. 중앙시장 앞 네거리에서였다. 경주씨가 닭장차에 잡혀가던 날이었다.

그는 군청색 점퍼를 입고 있었다. 사과궤짝에 올라서서 확성기를 들고 설쳤다. 질서를 지켜 평화적인 시위를 하자고 외쳤다. 그도 끝내 닭장차를 탔다."잠바뙈기가 시장 출마시군. 제법인데"

맘보가 말한다. 맘보가 그 면상의 아래글을 읽는다.

"윤규섭. 삼십팔세. 학력 종성공업고등학교 졸업. 종성시 군소 공장 기계공으로 이십년 근무. 종성시 노동조합연합회 대의원. 종성시 소외계층공동위원회집행위원이시라…"하더니, 맘보가 나를 본다. "이 면상이 우리가 미는 그치 아냐? 맞지?"

"미는 그치?"

"그래. 형들이 윤을 밀고 있어. 그런데 관상이 시장감은 안되겠는데. 폼이안나잖아"

"폼? 그럼 넥타이가 시장돼?"

"대체로 그렇지. 출마할 때 허리 꺾구, 당선되면 똥폼잡잖아. 그런데 저 잠바뙈긴 어디 폼잡겠어?"

"폼 못잡겠어"

"가자꾸"

맘보가 벽보판 앞을 떠난다. 우리는 호텔 지하로 내려간다. 업소로 들어간다. 손님은 없다. 맘보, 빨리와 하고 채리누나가 주방에서 부른다. 채리누나가큰 냄비에 찌게를 끓인다. 구수한 된장 냄새가 난다.

"찌개까지 끓이시구. 누구왔어요?"

맘보가 채리누나에게 묻는다. 채리누나는 대파를 썰고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