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마지막 4반세기는 문화의 범람시대인 것 같습니다. 동양문화, 대중문화에서 음주문화, 선거문화 등등에 이르기까지 문화의 공통시대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문화라고 명명할 수 있는 인간 집단의 사회적 승화의 창조는 매우어려운 것으로 나타납니다. 인류 발달의 시각에서 본다면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라는 지능 인간이 모든 동물로부터 인간을 구분하는 언어와 문자를 만들어냈을 것으로 추정되는 때로부터 지금까지 약5천5백년 동안 세차례에 걸쳐 문화를 형성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인류의 문화적 천로역정의 첫번째 태두는 기원전 2천5백여년 경에 메소포타미아 지역과 나일강 지역에서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시대가 남겨놓은 문화 유산물중에는 심오한 우주관을 담고 후세의 모형이 된 창조신화, 영원한 신들을 경배하며 모든 지혜의근원으로 삼는 경전, 삶과 죽음과 인간의 노력을 노래한 위대한 영웅서사시, 뿐만 아니고 웅장한 건축물과 오묘한 기술,섬세한 귀금속 및 연석 예술품 등 화려한 업적들이 있습니다.---세차례 걸쳐 문화형성
그후 천 수백년이 지난 다음 기원전 7세기경부터 두번째문화의 태두가 나타납니다. 희랍의호머, 불멸의 극작가들, 소크라테스, 아름다운 신전, 대리석조각품들, 피타고라스에서 유클리드에 이르는 과학자들, 알렉산더 대제, 의학의 히포크라테스, 또 인도의 부처와 그로부터 시작되는 위대한 불교문화, 경전, 건축물, 예술품, 중국의 공자를 비롯한 많은 성인군자들과 그들의 사상 등이 인류문화의 두번째 태두를 이루고 있습니다.
14세기경부터 유럽, 특히 이태리 중심으로 일어난 르네상스가 세번째 태두가됩니다.
고전과 경전의 재발견과 재해석, 단테, 다빈치, 미켈란젤로 등의 화려한 업적, 종교개혁과 관련된 학자들의 활동, 세익스피어, 코페르니쿠스에서 뉴튼에이르는 과학자들의 신학문, 예술건축물들의 출현 등이 인류의 세번째 문화시대를 장식합니다. 그후 인류문화는 다시 석양길에 들어가 있습니다.이제까지 반만년의 긴세월 동안 인류가 이룩한 세차례에 걸친 문화시대를 두고 생각해보면 거기엔 두가지의 공통분모가 나타나는데 그 공통분모들을 문화형성의 조건이라고 평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문화의 세개 태두가 같이 충족시킨 첫째 조건-문화형성의 필수조건은 경제적인 풍족이 가져다 준 정신적인여유입니다. 세개의 문화적 태두가 같이 누린 둘째 조건-문화형성의 충족조건은 그 시대가 표방한 가치관이 가져다 준 항구성입니다. 고대 수메리아-애급문화권에서 확립한 가치속에는 신과 내세에 대한 소망이 지배적인 요인이었고따라서 그 시대가 표방한 항구적인 가치는 '영원에 대한 동경'으로 표현할 수있을 것 같습니다. 그후 희랍, 인도, 중국 등지에서 형성된 두번째 문화시대속에는 인간의 신격화를 추구한 희랍, 인간의 노력으로 인간의 최고경지를 갈구한 인도, 인간의 육성으로 인간사회의 완전성을 추진한 중국, 그 어느 곳이건 거기에는 '제한의 찬란함'이라 묘사할 수 있는 항구적인 가치관이 생성되어있습니다. 유럽의 르네상스 문화시대 속에는 인간의 지성을 신뢰하고 그 지성의 토대위에서 새로운 학문을 연마하고 더 나가서는 새로운 우주를 개념적으로창조해낼 수 있는 신념이 생성되었습니다. 르네상스 문화는 '이성의 신성화'라명명할 수 있는 항구적인 가치관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20세기는 어떠한지 생각해봅니다. 마지막 문화의 꽃이 사라진 지는 5백여년이 되어가고 다음의 네번째 문화의 태두가 나타나기까지는 확률적으로 천년이더 지나야 할 것 같습니다.
문화사적인 안목에서 볼 때 우리들은 비참한 암흑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후세의 문화사학자들이 볼 때 우리의 20세기는 아마 각종 전쟁과 정치 사상적인숙청을 통해 4천만명이 넘는 같은 종 인간을 집단 살해된 폭력의 전성시대, 첨단과학과 국제경쟁의 명분아래 진행된 돈벌이 지상주의 시대로 평가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문화는 아닙니다. 문화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두번째의 충족조건이 반드시 따르고 우리가 표방하는 명분, 추구하는 목적이 항구적인 가치를 생성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인간의 인간화 추구를
인류문화가 창달한 항구적인 가치관의 진행방향-인간 외적인 무한과 영원에대한 동경에서 우주 내적인 제한의 찬란함까지, 또다시 인간 내적인 이성의 절대성까지 발전되어 온 방향은 인간화의 방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미래에 형성될 네번째 문화의 태두가 표방할 수 있는 항구적 가치는 '인간의인간화'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인간화의 차원이 인간의 능력을 개발하는 교육이건 사회정치적인 인권이건 전인적인 삶의 질이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인간의 인간화만이 우리로 하여금 소수 혹은 다수의 배부른 암흑시대, 개인이나 집단의 극단적인이기주의로부터 구출하고 모두를 위한 문화를 창조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계명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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