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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비암살 러시아 기사 목격기 발견

1백년전 경북궁에서 민비 암살사건 현장을 목격한 러시아인의 수기가 최근모스크바에서 발견돼 일본의 범행을 생생히 확인시켜주는 한편, 당시의 복잡한국제정세를 알게해 연구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있다.수기를 발견한 사람은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세계문학연구소의 한국계교수 김래호씨(67)로, 연구활동을 위해 최근 일본을 방문했다가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고 아사히(조일)신문이 20일 보도했다.

김교수가 모스크바의 러시아제국 외교관계 고문서관(고문서관)의 일본코너에서 발견한 수기는 1883년부터 민비암살사건이 발생한 1895년까지 서울에 체재했던 러시아인기사 알렉산더 사바친이라는 사람이 쓴 24페이지의 사건현장 목격기. 사바친씨는 당시 왕궁건설에 관계하며 고종의 경비·경호등을 지도했던미국인등과 함께 궁내 외국인 거주지역에서 살고있었다는 것.사바친씨는 암살사건이 발생한1895년10월8일 새벽5시경 경복궁의 서북대문부근에서 일본병사 50여명의 발포 와중에 휘말려 사건전말을 목격했으며 총격을 피해 달아난 곳이 바로 민비의 침전(침전)앞 정원이었다는 것. 그곳에도 일본병과 사복차림의 일본인들 30여명이 이미 난입해 있었으며 그는 민비를 살해하는 장면은 보지못했으나 일본인들이 침전에서 궁녀 10여명의 머리채를 잡아강제로 끌어내는 험악한 장면을 불과 5~6보 거리에서 보았다고 수기에 적었다.사건직후 사바친씨는 중국령에있던 러시아영사관으로 도망, 열흘뒤인 10월18일 수기를 써 영사관측에 제출했다. 사건에 대해 러시아외무성은 '목격자가있다'며 일본에 대해 범행을 인정하라고 촉구했는데 당시 그 근거로 사바친씨의 목격담과 수기가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한편 수기에서 사바친씨는 당시의 국제정세에 대해서도 상당부분 언급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청일전쟁 이후의 '3국간섭'으로 일본이 한반도에서 잠시 후퇴기미를 보이자 미국과 러시아가 조선왕궁에의 영향력을 확대하고양국의 공사들이 고종과 민비등에게 '우리가 보호하고 있는 이상 일본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함으로써 조선측도 왕궁에 대한 대일 경계태세를 소홀히 해 결과적으로 일본의 범행이 가능했다고 적고있다는 것이다. 이 수기를발견한 김교수는 "일본이 범행을 저지른 사건의 내막은 물론, 당시의 국제정세등 배경파악에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민비 암살사건은 일본의 당시 미우라(삼포오루)공사가 은밀히 일본군과 일인불량배등을 동원해 왕궁을 습격, 청일전쟁후 일본배척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민비등을 참살한 사건으로, 일본은 조선군대 내부의 분열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나중에 진상이 발각돼 미우라공사등은 일본에서 재판에 회부됐음에도 피고전원이 면소처분을 받아 강한 의혹과 함께 조선의 반발을 불러일으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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