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어, 큰형님들. 여기서 식사를 하시겠대. 중요한 얘기가 있나봐. 맘보야, 어서 냉장고에 찬 챙겨. 오이소박이하고 물김치 꺼내구. 멸치조림도 넉넉히 담아내"채리누나가 숟가락으로 찌개 국물 간을 맛본다. 찌개가 한창 끓고 있다. 갑자기 채리누나가 헛구역질을 한다. 입을 막는다. 돌아서서 어깨를 들먹이며 구역질을 한다. 구역질을 가라 앉힌다.
도마에 썰어 놓은 대파를 찌개에 붓는다.
"몇이 왔어요?"
맘보가 묻는다.
"수저 네 벌 챙겨"
채리누나가 말한다. 출입문이 열린다. 깡태, 족제비, 기요, 짱구가 들어온다. 그들이 홀 입구자리에 진을 친다. 맘보가 소반에다 찬을 나른다. 구석방육번 룸으로 들어간다. 그가 룸에서 나온다.
"쌍침형이 육번 룸 심부름은 앞으로 너가 맡으래"
맘보가 볼멘 소리로 말한다. 채리누나가 밥 네그릇을 푼다. 소반에다 얹는다. 끓는 찌개냄비를 집개로 소반에 옮긴다. 앞접시 네개를 챙긴다."조심해서 들고 가"
채리누나가 말한다. 나는 소반을 나른다. 채리누나가 앞서 간다. 누나가 육번 룸 문을 열어준다. 나는 룸안으로 들어간다. 네 사람이 앉아 있다. 쌍침형,불곰형, 찡오형이 있다. 한 사람은 식구가 아니다. 본 적이 있는 얼굴이다. 벽보판에 내걸린 얼굴은 아니다. 중앙시장 네거리, 데모가 있던 날이었다. 승용차 속에 쌍침형, 불곰형과 함께 있었다. 깡태 옆자리에 앉아있었다. 얼굴이 각지고 눈썹이 짙다. 운동선수나 형사같다. 갈색 사파리를 입고 있다. 나는 소반을 탁자에 놓는다.
"…곽쪽이 바싹 긴장하겠는데. 제 살 깎아 먹겠다구 덤비니깐. 안 그렇소?"불곰형이 말한다.
"이젠 삼파전이야. 종성시는 하청공장이 많잖아. 종업원 수가 얼만데. 서울서 떠밀려 나앉은 털터리들도 많구. 다 버스에 짐짝되어 서울 출퇴근하잖아.여기에 주민증 둔 대학 분교 학삐리들도 윤과 곽 사이에서 골통깨나 썩이겠어.한쪽은 운동권 출신에, 한쪽은 노동자 출신이니"
찡오형이 말한다. 나는 밥그릇을 탁자에 놓는다. 무심코 찌개 냄비의 귀를잡는다. 깜짝 놀라 놓아버린다. 너무 뜨겁다. 찌개 국물이 소반으로 넘친다.손을 데었다. 여기 집게 있잖아, 하고 쌍침형이 말한다. 쌍침형이 집게로 찌개냄비를 든다. 안경쟁이가 나를 쏘아본다.
"쟨 괜찮아요. 골통에 바람 구멍이 막혀서"
불곰형이 동그라미를 그려보인다.
"열심히 뜁시다. 우리 윤 표만 훑으면 되니깐. 윤 몫의 기본표만"안경쟁이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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