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경 쌀협상 타결 뒷얘기

○…남북 쌀회담 결과가 21일 발표됐으나 관가주변에서는 이번 회담이 철저히 취재접근을 허용하지않은 비공개로 진행된데다 막판에 발표시간이 몇번이나 지연된뒤 공식발표가 나온 탓인지 최종 합의문을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무엇보다 다소 생소한 문안들이 최종 합의서에 포함돼 있어 주목을 끌고있고밖으로 새어 나온 일부 내용들이 뒤바뀌는등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끝에 합의서가 도출된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수가 있기 때문.

최종발표가 있기 하루전까지만해도 양측은 대체로 한두가지 핵심쟁점을 제외하고는 어느정도 선까지 견해차를 좁힌 상태였다는게 대체적인 소식통들의전언이었다.물론 쌀제공규모와 서명 주체등이 가장 큰 변수였던 것으로 관계소식통들은 보고있다.

특히 회담타결 하루전까지 정부내 상당한 고위당국자조차 1차 쌀지원 규모는5만t으로 무상으로 지원될 것이며 나머지 추가지원분인 10만t은 거의 무상이지만 장기저리형태를 취할 것으로 전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의외로 15만t 전량을 무상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밝혀짐으로써 적어도 하룻밤 사이에 이 대목 합의사항이 상당부분 뒤집어졌다고 볼수 있는데 북한이 '체면' 보다도 과감하게 '실리'를 추구함으로써 이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느냐는 추측.

○…최대쟁점사안의 하나로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던 대목은 합의문 서명의주체를 누구로, 어떤 기관으로 할 것이냐의 여부를 절충하는 것이었다는게 지배적인관측이다.

서명의 주체는 합의서 본문에 포함된게 아니라 별도의 참고표가 붙은뒤 "이합의서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당국자가 서명했다"고 적혀 있다.

실제 서명자는 이석채남북경제공동위 한국측위원장과 전금철정무원 산하 대외경제협력추진위 고문이었다.

○…한가지 이번 북경회담의 최종 발표문이 '합의요지' 형태로 언론에 공개됐다는 점도 여러추측을 낳고있다. 보통 합의문안 전문을 발표하는 관례와는달리 그요지만을 발표한 것은 그밖에 논의된 것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

이 합의요지는 최종서명자의 날인이 있는 전문형태가 아니라 7개항으로 요약된 합의문 전문의 요약본에 해당하는 것이다.

합의문 전문이 발표되지 않은 것은 원합의문에 공개하기 곤란한 대목이 포함돼 있는게 아니냐는 추측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이와관련, 일각에서는조심스럽게 남북양측대표들이 이번 협상을 진행하는동안 모종의 비밀 메시지를 휴대한 가운데 서로 의중을 타진했을 뿐 아니라 나아가 '이면합의서'를 작성했을수도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관측을 제기하고있다.

지난해 미국과 북한간의 제네바 합의때 북한은 공개적으로 인정하기가 곤란한 문제를 이면합의서로 매듭짓는 협상기술을 보인바도 있어 더 관심을 끌고있는것.

특히 일부소식통들은 김영삼대통령이 최근 타임지와의 회견에서 정상회담 얘기를 꺼낸 사실에 주목하면서 이번 대표단이 협상과정에서 지난해 이맘때쯤 김일성사망으로 중단된 남북정상회담의 성사가능성을 타진했을 수도 있을 것으로보고 있다.

○…이번회담은 남북간 인도적인 사업을 벌이기 위한 것으로 이같은 문제를논의하면서 현안인 피랍우성호선원의 송환문제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지 않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

한때 일부 일본언론에서는 대북쌀지원과 우성호선원송환을 서로 연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기도 했다는 점에 유의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당장 합의문에 이를 못박기 보다는 별도의 합의를 통해 추후 우성호선원을인도적 차원에서 송환한다고 발표하는 형식을 취하기로 의견을 모았을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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