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바둑계에서도 담배가 푸대접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아직 금연이 바둑계 전체로 확산된 것은 아니지만 그것도 이제는 시간문제로보인다. 최근에는 기원도 고급화 대형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근래 문을 연 그런고급의 '살롱식 기원'에서는 금연석과 흡연석을 나누어 놓고 있는 곳이 많다.담배는 바둑으로부터도 버림을 받을 것인가. 아직도 애기가의 절대다수는 애연가이기도 할텐데, 그들이 담배없이 바둑을 두는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다. 대마의 풍전등화일때, 반집이 오락가락하는 눈터지는 계가바둑일때, 상대가 이렇게만 받아주면 수가 나고 그러면일거에 역전이 될 수 있는 그런 국면에 처했을때, 그런 순간들을 담배없이 어찌 견딜 수 있으랴.상대는 다 잡았다고 믿어의심치 않던 내 대마를 묘수 연발로 살려냈을때, 바둑이 끝나 떨리는 손길로 집을 지어보니 나의 반집승이 확인됐을때, 그것도 처음에는 반집패인 것으로 알았다가 나중에 '어!'하는 희열의 감탄사와 함께 바둑판옆에 떨어져 있어 잘 보이지 않던 상대의 사석하나를 발견해 그것으로 반집승이 되는 그런 순간에 어찌 담배 한 모금을 빨지 않을 수 있단 말이냐.바둑의 승부에서는 대마의 목숨이 깔딱깔딱하는 고통의 순간도 반집에 피가마르는 듯한 절대 초조의 순간도, 결국은 희열이 된다. 사실은 그 고통과 초조를 맛보기 위해 바둑을 둔다. 승부란 사디즘보다는 마조히즘에 가까운 속성의것. 그 고통과 초조를 치료하고 나아가 그 고통과 초조를 전환시켜 희열을 극대화하는데에 있어 담배이상의 명약은 없다. 서민 애기가이거나, 가난한 애기가라면 더욱 그렇다.
애기가 중에도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사람의 숫자가 늘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담배를 끊는데 성공한 사례도 상당수 있다. 그러나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사람들은 "그런데 바둑때문에 말이야…"하면서 금연의 실패를 바둑 탓으로돌리는 것이며 담배를 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바둑 둘때는 가끔…"하면서 담배에 대한 못끊는 정을, 그 미련을 하나의 '예외조항'으로 남겨놓곤 한다.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있다. 낭만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이 차례로 사라졌듯 담배도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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