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단-전성미-바구미의 변신

어둡고 축축한 지하 셋방습기와 어둠의 자궁 속에서 바구미는 태어난다

집은 하얗고 둥글었다

처음 그 부드러운 살 속에 몸을 박고 있을 땐

내 몸도 희고 부드러웠다

오랜만에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는 날

지하 셋방의 축축함이 곰팡내를 피우며 쫓겨날 때

바구미는 집을 버리고 나와 변신을 한다

하얀 몸살은 까만 갑충이 되고

어두운 곳을 찾아 재빨리 몸을 숨긴다

바구미가 버린 집들은 껍데기만 남아

쌀뜨물 위에 떠올라 버려지고 만다

내 가난한 시절의 집도 희고 부드러웠다

세상이 밝아질수록 나는 바구미가 되어

따가운 눈총도 무서운 질책도 든든히 견딜 수 있는 까만 등짝으로순식간에 몸을 숨기는 발빠른 벌레로 변해가는 것은 아닌지…내 희고 부드러운 집을 버리고 만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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