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의 삶이나 문학작품의 뒤안길을 색다른 경로로 추적해 볼 수 있게 하는흥미있는 두 권의 책 '내 사랑 백석'과 '우리 시대 화제작의 밑그림 소설'이출간돼 관심을 끈다.향토색 짙은 서정으로 30년대 우리 문학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시인 백석의 연인이었던 김자야 여사(79)가 쓴 '내 사랑 백석'(문학동네 펴냄)은 백석과의 젊은 시절 러브 스토리를 애틋한 어조로 회고하고 있다. 집안의 어려운 사정으로 열여섯의 나이에 조선권번에 들어가 기생이 된 그녀는 스물두살 때인36년, '사슴'이라는 첫 시집을 발간해 주목받는 신진시인이었던 백석을 만나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진다.
진향이라는 기명으로 조선정악계의 대부였던 금하 김규일 선생 문하에서 여창가곡.궁중무를 배우며수필을 발표하는등 '문학기생'으로 유명했던 그녀는함흥 영생고보 영어교사였던 백석과 함흥, 서울 청진동, 명륜동등지를 전전하며 동거생활을 하게 되는데 이같은 생활은 백석이 부모의 강권으로 결혼하고39년 만주로 떠남으로써 끝난다.
시인 이동순씨(영남대 교수)는 발문에서 자야 여사가 이 책을 내기까지의 과정을 소상하게 적고 있다. 문단에서는 이 회고록이 그 문학적 위상에 비해 문학적 자료와 삶의 자취가 아직 잘 드러나지 않고 있는 백석의 삶과 문학, 30년대 후반 암울한이 땅의 풍경을 이해하는 텍스트로서 가치가 큰 것으로 보고있다.
'우리 시대 화제작의 밑그림 소설'(삼문 펴냄)은 80~90년대 화제작이었던 장편소설들의 밑그림에 해당하는 단편소설 12편을 싣고 있는데 한 작가의 개작이나 재생산 과정의 연구 가능성을 비춰주고 있어 주목된다.
이 책은 해설을 통해 김원일의 '절명'이 '늘 푸른 나무', 이문열의 '나자레를 아십니까'가 '사람의 아들'로, 정소성의 '포구의 숲'이 '안개 내리는 강'으로, 김주영의 '도둑견습'이 '아들의 겨울'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로변형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독자들은 텍스트가 고정불변성이 아니라는 새로운사실을 발견하며 한가지 질료로 전과 다른 모양으로 작품을 빚는 작가의 상상력에 호기심을 느끼게 된다.
최인훈의 '광장'은 네 차례 개작됐으며 김동리의 '무녀도'는 '을화'가 됐다.이 책에 수록된 단편들은 장편소설들의 주요한 모티브가 미학적 간결성이 두드러지는 단편 양식에서 미리 색다른 가치를 빛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줘 흥미를 더하는 한편 텍스트에 대한 분석이나 독서행위와 관련, 더 넓은 전망을열어주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신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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