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만에 부활된 지방선거 실시로 주민의 손으로 뽑은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지역의 살림을 꾸려가는 역사적인 지방자치시대가 개막됐다. 그러나 중앙의 권한이 지방에 완전히 이양되지 않은 불완전한 지방자치속에서 민선단체장과 주민들이 부담해야할 책임은 가볍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6·27지방선거를 마감하며 선거 과정 전반을 재점검하고 민선단체장의 앞으로 과제를 짚어보는 긴급좌담회를 가졌다.참석자
△서훈의원
(무소속·대구동을)
△우동기교수
(영남대 행정학과)
△최룡호교수
(경북대 경제학과)
△사회:이진협 정치1부장
△일시:28일 오후4시30분
본사 회의실
▲사회=6·27 지방선거가 신3김시대를 부활시키고 지역할거주의를 등장시켰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번 선거 결과를 어떻게 보십니까.
▲최=이번 선거 과정은 한국 선거 사상 공명정대한 선거풍토를 조성하는획기적 계기가 됐다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결과로 볼때 3김시대의 도래, 지역할거주의의 등장 등 단점도 나타났으나 21세기 정치판도를 열기 위한 진통과정이라고 봅니다.
▲서=선거 초반에는 변화와 개혁, 새 정치세력의 형성 바람이 부는 듯 했으나 JP의 핫바지론, DJ의 지역등권론 등으로 일반 사람들의 예측과 다른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어쨌든 신3김시대가 도래했고 지역할거주의로 지역당이부상했습니다. 대구의 민심은 새 정치세력을 희구해 지역에 무소속 돌풍이불었고 이들의 연대와 이합·집산으로 새 정치모습을 갖추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재용 남구청장, 이명규 북구청장 등 신진인사들이 경륜있는 구청장 출신을 누른 것은 유권자들이 새로운 것을 바라고 있다는 일면을 보여준 것입니다.
▲우=저는 이번 선거 결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습니다. 집권여당이 자의든 타의든간에 참패한 것은 연초 헌법에 보장된 지자제를 여당에 불리하다는 판단아래 연기하면서부터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김영삼대통령은 이번선거를 JP, DJ와 연합해 내각제를 논의, 사후 보장을 받는 발판으로 삼으려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회=유권자들이 문희갑씨를대구시장으로 선택한 의미를 어떻게 봅니까.
▲우=시민들이 무소속이니, 민자당이니 하는 정당보다 인물 본위로 판단을내렸다고 봅니다. 아마 바람직한여당 후보가 나왔으면 당을 떠나 당선됐을것입니다. 이번 선거는 정부가 중앙정치와 지방정치의 분리에 실패, 광역단체장에 관심을 집중해 지역분할 등 왜곡된 현상이 나타났는데 생활자치라는측면에서 기초단체장에 초점이 맞춰졌으면 결과는 달랐을 겁니다.▲최=민자당 조해녕 대구시장 후보가 4등을 한 것은 분명히 지역정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것입니다. 대구는 30년동안 정권을 창출한 지역으로그동안 경제에 대한 소외감이 엄청났습니다. 문희갑씨가 제시한 정책의 실현가능성여부를 떠나 대구 경제를 회생시켜야겠다는 시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된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서=인물에 대한 선택과 지역 정서가 포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문희갑씨는 처음부터 인지도가 높은 상태에서 출발했고 시민들은 그분이재정자립도가 전국에서 최하위인 낙후된 대구 경제를 끌어올리지 않겠느냐는막연한 기대를 한 것 같습니다.
▲사회=민자당이 당내 이해관계가 엇갈려 공천을 잘못해 참패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서=민자당이 공천을잘못해 여권성향의 후보들이 서로 경합, 무소속이많이 당선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기존 정치인이 공천에 영향을 미쳐 결국 자승자박한 꼴이 된거죠. 내년 15대 총선에서 현재 정치인들에게 영향이미칠 것으로 봅니다.
봅니다.
▲최=민주적인 경선은당내 결속을 다지고 당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지만여당은 낙하산식 공천을 하는 관행이 여전했습니다.
▲사회=민선시장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어떤 것을 꼽을수 있겠습니까.
▲최=민선광역단체장은 임기가 3년입니다. 선거 도중에 많은 공약이 쏟아졌으나 시민들도 과잉 기대를 버리는게 좋습니다. 민선시장은 시민들에게 약속한 공약들을 재점검, 임기동안실행할 수 있는 우선순위를 정해 정지작업을 하는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지역의 중추관리기능을 보완해 기업의 본사를 유치하고 무역기능을 확충, 산업구조를 고도화해야 합니다.▲서=시민들이 직접 뽑은 민선시장은 자체 힘이 있기 때문에 제대로 하려면 많은 일을 하고 변화도 일으킬수 있다고 봅니다. 민선시장은 우선적으로지역의 경제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어야할 것입니다. 민관합동경제주식회사와같은 것을 만들어 관에서 자금을 대고 능력있는 사람들이 대구시의 살림에보탬을 주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교통문제 해결도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합니다.
▲우=지방자치시대에 여당 시장이 중앙정부로부터 여러가지 권한을 가져올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에 불과합니다. 시청 공무원의 감축관리로 작은 정부를 실현하고, 시정의 허와 실을 대대적으로 경영진단해 내부적으로경영의 틀을 만들고 외부적으로 공약을 재정비해야 합니다.그러나 이같은 일들은중앙정부가 지방에 자치권을 이양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합니다. 무소속 시장은 시도지사협의회를 통해 자치권을 중앙정부에서가져와야 하고 산업구조개편에 대한 비전을 갖고 시민들의 합의를 얻어내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해야할 것입니다.
▲사회=민선시장과 정치권의 관계를 어떻게 보십니까.
▲서=서로 조화 노력이 필요합니다. 민선시장은 시민의 힘이 뒷받침돼 있기때문에 정치권과 당 소속이 다르다고 긴장감이 계속될 것이라는 염려는 없다고봅니다.
▲최=여야 가릴것 없이 대구 발전을 위한 공조체제를 갖추는 등 민선시장과 정치권이 불협화음을 없애고 협력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우=민선시장은 지역 발전을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정당에 이끌리다보면지역 고착화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특히 광활한 경북지역은 민선도지사가 소속 정당에서 독립하지 못하면 공약 달성 등 지역을 제대로 이끌기 어렵다고생각합니다.
▲사회=선거이후 정계에 어떤 변화가 올 것으로 보는지요.
▲서=선거결과에 대한 책임론이 등장할 것입니다. 사령탑들은 물러나고 민자당내에서 정치개편이 일어날 것입니다. 민주당도 8월 전당대회전에 분리될것입니다. 대구·경북정서를 대변할 수 있는 정치세력의 집결체가 태동할 것으로 봅니다.
▲우=국회의원들은 지역에 대한 집착을 하고 있으나 현재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선거법을 개정, 중앙과 지역 정치를 분리해야 합니다. 중앙도 지역정치에 대한 부담을 줄여야 할 것입니다. 내년 총선, 내후년 대선과급변하는 국제정서속에서 다른 정치구도가 탄생할 것으로 봅니다.▲최=8월 민주당 전당대회가 변수로 등장할 것입니다. 96년 총선, 97년 대선,98년 시의원선거 등 정치적 변수속에서 경제문제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봅니다.
김윤환 정무장관이 다음 국회는 개헌국회라고 말한 것처럼 민자당이 와해되고 내각제 개헌주장이 나올 것을 충분히 예견해볼 수 있습니다. 지역 할거주의인 '5-4-4-2'구도가 깨지고 중앙과 지방의 새로운 논리가 만들어져 여야모두 정치에 수용되는 지방대 중앙의 정치관계가 성립될 것으로 봅니다.▲사회=이번 선거에서 자민련의 이의익 대구시장 후보가 선전하는 등 자민련이 대구 경북지역에서 성과를 거두어 앞으로 정치적 위상이 세워질 것으로보는 관측이 있습니다.
▲최=어려운 문제입니다. 자민련의 박준홍 경북도지사 후보의 출마는 박정희전대통령을 한국민주화과정에 저해를 끼친 개발독재자의 이미지에서 조국근대화에 앞장섰다는 새로운 일면을 부각시킨 의미가 있습니다. 자민련의 선전은 지역할거주의라는 지역적 특색이 투표 결과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봅니다. 이같은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흘러간 정치세력들이 대구에 대거 밀려와 세력의 재탈환을 위해 출마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이번 선거에서 자민련이 선전했다고 기뻐하는 것은 단견이라고 봅니다. 다음 총선에서 어떻게 연결될지는 아직 두고봐야 하고 정당의 틀이 마련됐다고 보지 않습니다.
▲사회=정부는 지방에 권한을 적게 주고 상하관계를 유지하려고 하지만 주민들은 상당한 지각 변동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시민들도 자치시대에 대한환상보다 스스로 자치시대를 해결하겠다는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최=자치시대에는 주민의 의식이 중요하고 고통을 분담하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광역· 기초단체장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없어야 하며 가치있는사회를 열기위해 공부하고 공동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서=민선시장선거 자체가 주민들이 시장과 협력하겠다는 약속으로 시장의지도에 대한 시민의 협조가 필요할 것입니다. 관선시장은 일방적 시정으로시민의반감을 사기도 했으나 민선시장은 참여시정으로 시민들이 협력토록 해야할 것입니다.
▲우=시장, 구청장이 3년간 많은 일을 할 권한도 없고 의회도 불신임안을제출할 권한이 없습니다. 주민소환제도도 없어 결국 시민들이 행정을 견제해야 합니다. 그러나 대구의 시민단체들은 활동이 미약한 실정인데 시민단체를양성하고 정년퇴직한 전문가 등을 활용해 의회를 견제, 감시토록 해야할 것입니다. 시민단체를 키우겠다는 시민의식도 조직화돼야 합니다.▲사회=이번 4대 동시지방선거는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알기 어렵다는 혼돈을 낳게 했습니다. 과연광역시 기초의원과 구청장을 선거로 뽑아야할 것인지, 또 기초자치단체장을 정당공천해야 할지는 연구과제로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서=기초단체장, 기초의원에 대한 공천은 없애야 합니다. 이번 선거에서언론도 광역단체장에만 관심이 집중돼 기초단위에 대해서는 보도를 소홀히했는데 4대 지방선거를 마땅히 분리해야 합니다. 후보자간 구분이 안되는 현수막 숫자도 제한하고 유인물 종류도 한가지로 줄여야 합니다. 확성기 유세도 오전8시부터 오후10시까지 단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최=행정구역개편, 자치단체장 선거제도도 시간을 두고 국회에서 재검토해야 합니다.
▲우=기초 및 광역의원수를 줄이고 국회의원 대선거구제로 개선해야 합니다.선거공영기관에서 선거운동기간전에 후보자를 알리는 선거공영제를 실시해 시민들에게 미리 후보자를 알리고 후보 검증이 돼도록 해야할 것입니다.▲서=이번 선거에서 혼탁 요인이 바로 자원봉사자였습니다. 전당원 및 시민의 자원봉사자화로 주민들이 음성적으로 일당을 받고 일했으나 이를 밝힐방법도 없었습니다. 자원봉사자수를 줄이고 이들이 패찰을 차고 공개리에 활동토록 해야할 것입니다. 대신 유급선거운동원수를 규정해두고 활용토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볼수 있습니다.
▲사회=개인적으로 대구시장에 당선된 문희갑씨에게 당부하고 싶은게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최=소신대로 하는 것은 적극권장하고 싶지만 매사에 여유를 갖고 각계의견을 청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문희갑씨는 대중정치인으로 변모해야할 것입니다.대구시정은 시장혼자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13명의 지역 국회의원, 구청장들과의조화가 중요합니다.
▲최=의회 및 정치권과 마찰음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슬기로 찢어진 대구의 민심을 모아야할 것입니다.
▲사회=이의근 경북도지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최=외유내강형은 좋은데 중앙정부에 자기 목소리를 낼수 있는 주체성이필요하다고 봅니다.
▲우=중앙정부의 눈치를 안 보는 과감한 추진력이 필요합니다.▲서=역시 소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리=김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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