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단-유월의 풀꽃으로

캐터 필러 자욱한 풀꽃으로 너는 왔다. 깜부기 팬 보리밭 둑길 걷는 까만아이 얼굴 안 보인다. 눈부신 하얀 모자 쓰고 우산 펴놓은 어수리꽃 같은 얼굴 하얀 아이만 보인다.음달에 숨어사는 벌깨덩굴 볼 수 없고, 복숭아 능금밭 가시덤불께로 그리움이 목을 빼는 금꿩의 다리 못 본지 오래다. 빨간 설앵초 연지 찍은 패랭이꽃, 들국화라 우기던 구절초, 비개인 날 나팔꽃 환한 웃음, 수수한 황갈색사리꽃 반기던 사람 이제 가고 없다.

한나절 꽃대 위에 앉아 낮잠 자는 투명한 잠자리 날개, 목청 굵은 산꿩이잎 넓은 신갈나무 위에 앉아 푸른 날개 푸드덕거리는 마을 뒷산, 달걀모양의제비옥삼 안 보이고, 연노란 제비쑥만 보이는 무덤가, 망초꽃 무리지어 하얗게 피는 이맘때 캐터 필러 자욱한 유월의 풀꽃으로 너는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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