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한 인공기게양 사과 배경

북한이 우리측 수송선에 인공기를 게양한 사건에 대해 사과와 재발방지를약속해 옴으로써 일단 잠정중단된 대북쌀지원이 재개될 전망이다.북한은 우리측이 공식사과를 요구하며 쌀지원을 중단하는 강경입장으로 돌아서자 전금철명의의 서한을 보내 "아래 일꾼들이 실무적 착오로 불미스런일이 일어난데 대해 유감을 표시한다"고 표명해 왔다.북한의 이같은 공식입장 전달은 우리측이 공식사과를 요구하고 나선지 만하루만에 이뤄진 신속한조치여서 대북쌀지원을 가로막은 암초는 일단 제거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이처럼 이례적으로 발빠르게 우리측이 요구한 대로 전금철명의의공식전문을 전달해 온 것은 이제 막 시작단계에 접어든 쌀지원사업이 완전중단되는 사태를 우려한 것이라는 풀이다.

다급한 식량난을 해소해야 하는 북한측으로서는 인공기 사건에 대한 우리정부의 입장이 결코 되돌리기 어려울 만큼 확고하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우리정부가 "중앙청에 인공기를 단 셈" "주권을 포기한 사태"라는 등의 강경한 국내 여론에 떼밀려 있는 상황에서 끝까지 사과를 거부할 경우 사태를 다시는 되돌리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이는 결국 북한의 다급한 식량사정에서 연유되고 있다는 풀이다. 북한은이번 북경회담에서 우리측에 예상외로 1백만t이라는 막대한 양의 쌀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는가 하면 회담에 임하는 태도도 그어느때보다 진지했다는점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는게 정부당국자들의 설명이다.쌀지원실무를 담당한 조선삼천리총회사측이 이에 앞서 대한무역진흥공사를통해 우리측 이석채재경원차관 앞으로 사과전문을 보내온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

즉 북한측이 사태를 조기 수습해보려는 의사가 당초부터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게 당국자들의 분석이다.

의외로 우리정부가 조선삼천리총회사의사과 정도로는 수용하기 곤란하다며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서자 서둘러 사태를 진화해야 할 절박성을 느꼈을것으로 보고 있다.

한 당국자는 "북한이 당초 우리측 예상과 달리 북경 쌀회담에 진지하게응해 왔다는 점만 보더라도 그들이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때문에 북한측은 쌀지원에 돌출변수로 등장한 인공기 사건에 대해서도 시간을 지연시키면서 사태를 복잡하게 끌고 가가는 곤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북한은 인공기사건 파장이 더이상 확대될경우 이미 합의를 끌어낸일본과의 쌀지원문제에도 어떤식으로든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우려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본측과 30일 30만t의 쌀을 제공받는다는 합의문에 서명한 상황에서 우리측이 일본과의 내부공조체제를 유지, 대북 쌀지원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극심한 식량난 해소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는 상황인식을 했을 수 있다는 것.

이와함께 북한의 이같은 신속한 움직임은 결국 내부적으로 이미 확고한 권력이 구축돼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신속한 정책적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음을 반증해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 내부상황이 불확실하고 확고한 권력체제가 구축돼 있지 않다면 인공기 게양사건에 대한 사과여부를 놓고 강온파간 대립으로 적잖은 진통을 겪음으로써 결론을 쉽게 도출해 내기 어렵지 않았느냐는 해석이다.이는 북한의 공식적인 권력승계가 임박해 있다는 관측과 맥락을 같이 하는것으로 북한이 쌀도입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도 새로운 체제출범을 앞두고 주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내부적인 필요성에서 연유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북한의 사과표명에 대해 정부는 통일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수용여부를 최종결정한다는 신중한 방침이나 동포애 차원에서 시작한 민족적 사업이라는 점에서 금명간쌀지원을 재개할 것으로 보여 남북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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