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30여명 남짓한 연구진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사파두사막연구소. 다부진 연구의욕으로 사막생태학이나 풍사공정학등 낯선 학문을 토대로 '황하연안의 유사이용'을 비롯 프로젝트들 마다 엄청나다. 사막환경에 적응할수 있는 나무나 풀 한포기 개발하는데 장장 20년이 걸리는것도 있다. 끈질긴 학구적 태도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들이다.이삼소장은 "사막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오직 거듭되는 실패가 최선입니다. 물론 일부러 실패하려는것은 아니지요. 다만 무슨 일이든 실패를 거듭할수 밖에 없는만큼 모든 일이 어렵다는 말이지요. 그렇지만 극복해 내야합니다"
첨단장비로 무장한 실험실이나 자료관 전시실등을 둘러보며 취재진들은 이연구소가 거듭한 실패가 무엇인지 매우 궁금했다. 가끔 눈에 띄는 실패의 흔적이란 마른나무나 강력한 햇살에 타버린 풀들이 한 쪽에 버려져 있는게 고작이었다. 기술은 결코 보이지 않았다. 보일리 없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그기술이 믿고 싶었다.
연구소를 한바퀴 돌자 이소장은 이 부근이 명시대의 유물이 많고 특히 만리장성이 지나가고 있다며 그곳 탐방을 권한다. 장성은 지난 60년대말 까지만 해도 제법 온전한 모습을 간직했으나지금은 사막화의 영향으로 흔적이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소도 장성이 사막화로 사라지는것을 막기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현재로는 뾰쪽한 수가 없다며 안타까워 했다. 환경이 자연에 침식당하는 생생한 현장이다. 더우기 그 대상은 만리장성. 놓쳐서는 결코 안되는 현장이다.
취재진은 곧 장성으로 내달렸다. 연구소에서 약 50리(20km) 길이라고 했다. 중위현의 중심지 중위까지는 길이 평탄했지만 여기서 장성이 지나가는용궁까지는 정말 길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였다. 진흙탕 길이나오다가 흙먼지를 뒤짚어 쓴 메마른 길이 계속됐다. 차길이 막히면 다시 되돌아 나오길 여러번 끝에 겨우 사막과 맞닥뜨렸다. 안내를 위해 동승한 이곳삼림청 지도원 왕기씨도 길을 잘 몰랐다.
사막은 텅커리였다. 사람이 살지않는 곳에는 으례껏 텅커리사막이 버티고있다. 다시 사막길을 한참 헤맨끝에 허술한 숲 사이로 모래언덕 같기도 하도돌무더기 같은 지점을 발견했다.왕씨는 여기가 용궁이고 바로 저것이 장성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장성은 이미 모래에 파묻혀 기다란 등어리만 남겨두고 있었다. 차라리 흉물스러웠다. 귀중한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사막화라는환경의 변화에 맥을 못 추고 있었다.
만리장성. 북경의 팔달령에서 주천 가욕관 까지의 전장 2700km. 중복부분을 합친다면 5000km가 넘는다. 춘추전국시대 때부터 건축하기 시작해 진,한을 거쳐 북제때 현위치로 되었다. 명나라때 현재의 규모로 완성한 장성. 특히 이 때는 벽돌을 덮어 씌웠으며 봉화대와 관성(관성)까지 설치 하였다. 그런 장성에 말발굽 소리대신 황량한 모래바람이 휘몰아 치고 있었다.그래도 이 지역에서는 가장 완벽하게 남아 있다는 봉화대와 성벽으로 둘러싸인 옛 성터. 마치 이곳서 장성이 시작되기라도 하듯 봉화대를 중심으로 다른 한 쪽에는 장성의 흔적 조차 아예 없다. 모래에 묻혀 버린것이다. 아마수십km 밖에서 다시 장성은 연결되어 그 서쪽 끝인 가욕관까지 듬성듬성 연결될 것이다. 더우기 이 지역은 영하회족자치구에 속하지만 내몽고와 접경을이루며 텅커리사막을 사이에 두고 감숙성과도 바로 인접해 있다. 지도에도영하회족자치구내에는 장성이 비교적 남아있지만 중위에서 끊겨 텅커리사막아랫부분을 훌쩍 뛰어 넘어 감숙성의 경태에서 다시 이어진다. 사막화가 장성을 덮친 흔적이 뚜렸하다.
봉화대는 육중한 바위같아 보였지만 흙벽돌이었다. 높이 20m. 오랜 세월에풍화의 자욱만 남았고 사람이 오를때 마다 한 조각씩 떨어져 나간다. 하물며모래바람이 건드린 세월에 이 정도 남아있는게 다행이다.
봉화대에서 장성은 북경쪽으로 한 가닥 선이 되어 이름 그대로 만리를 달리고 있었다. 여기서 북경까지는 어림잡아 1200공리(km). 이지역 주민들이쉽게 계산한 거리다. 실제로는 훨씬 먼 거리다. 장성을 정점으로 묻힌 성벽의 양면으로 쉼없이 모래가 쌓인다. 장성까지 묻어 버리는 자연환경의 변화.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이런 현상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사라지는원인이 '사막화'라는 점에서 문제는 심각하다. 겨우 몇 포기의 풀이 푸른기를 더해주는것 외에는 삭막하기 짝이 없는 경관. 갑자기 몰아닥치는 모래바람은 야금야금 지구촌의구석을 삼키는게 아니라 이제는 드러내놓고 삼키지않을까 하는 의구심 마저 낳게했다.
착잡한 생각에 머물고 있을때였다. 갑자기 하늘이 검게 물들며 서북쪽 하늘만 휑하게 뚫려있다. 모래알을 동반한 강풍도 불어닥쳤다. 너무나 갑작스런 돌발사태였다. 시야가 겨우 3-4m에 머물고 후두둑 비까지 내렸다. 여기서사막의 비를 만나다니. 이걸 횡재라 해야 할지 악재라해야 할지 분간이 어렵다. 얼마나 만나기 어려운 '사막의 비'인가. 차를 향해 냅다 뛰었다. 불과 5분. 하늘은 원망할 틈도없이 말끔히 개었고 따가운 햇살뿐이다. 무궁무진한자연의 조화. 변덕이라고도 할수 있는 무서운 힘. 자연을 지키고 보존하는일들이 순간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인간의 능력이 무력해 보인다. 적어도 사막에서는 그랬다. 만리장성도 마찬가지였다. 비에 젖어 축축한것은 우리일행뿐. 다시 주위는 온통 바싹 말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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