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고맙습니다. 나는 한국인입니다"구미시 봉곡동 경구고등학교 한켠에 마련된 교실에는 간간이 파란눈이 섞인 25명의 청소년들이 때아닌 한글 익히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또렷한 눈망울로 국교입학생처럼 기초국어공부를 하고 있는 이들은 재러시아교포 한국인3세들.
"처음엔 우리말을 한마디도 못했지만 이젠 제법 알아듣고 글씨도 곧잘 씁니다"
러시아 교포자녀들의 교육을 지도하고 있는 경구고 이랑우교장(65)은 모국을 알지 못하는이들에게 '민족 혼 불어넣기'집단교육은 처음있는 일이라고강조했다.
러시아공화국 하바로프스크시 주변 극동지역에 살고있는 이들 한인3세 학생(남11·여13)들이 모국에 첫발을 디딘것은 지난달 7일.
한국청소년연맹 종합수련원 건립 추진위원인 박완용씨(38)가 업무차 러시아에 갔다가 교포자녀들이 우리말을 한마디도 못한다는 사실을 안타갑게 여겨 주변의 도움을 얻어 1년만에 2개월 연수과정을 성사시킨 것.경구고 이교장은 3천여만원의 사비를 들여 학교내 숙소, 주방, 식당을 개조하여 강의실, 휴게실을 갖추고시장에 나가 부식까지 사다 나르는등 열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4일부터 함께온 러시아 말을 아는 한국인2세 박영호(43) 김영철씨(36)로부터 '우리아기 첫 한글공부'를 교재로 우리말을 배우기 시작한 이들은 하루 8시간씩 학습, 불과 3주만에 1학년 국어책을 더듬거리며 읽고 써내려가는 발전을 보였다.
연수생중 소유라군(16·고3)은 도착 다음날 구미시 송정동에 살고있는 작은 할아버지까지 상봉하는 감격을 누리기도 했다.
러시아 콤스몰스크에 살고 있는 신성희양(15·고1)은 "모국이 좋다"며 또렷한 말씨로 "감사합니다"를 연발했고 할아버지 고향이 북한이라는 임올라양(20·경제대1년)은 "북한보다 한국이 더 자유스런 곳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주불국사·금오산·구미공단 산업체 방문에 이어 매일신문사와포철·현대자동차·독립기념관을 둘러볼 예정.
여행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구미에서 '러시아의 밤'을 개최키로 한 이들은요즘 아리랑·서울의 찬가등 우리 노랫말 익히기에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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