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158)

제6장 두더지는 땅을 판다?마당이 작다.기역자 집이다. 칸마다 방문이 달렸다. 쪽마루가 연결되어있다. 수채가에 두 사람이 있다. 경주씨다. 사내아이를 씻기고 있다. 소년은알몸이다. 다리가 수도관처럼 말랐다.

"안녕하슈. 또 왔수다"

짱구가 인사를 한다. 경주씨가 우리를 본다. 소년도 머리를 든다. 목이 삐딱하다. 얼굴 반쪽이 뒤틀려 있다. 나는 라면박스를 들고 섰다."시우씨도 왔네. 어떻게 시간이 났나봐. 거기 앉아요"

경주씨가 구석방 쪽마루를 턱짓한다. 안경을 밀어올리고 소년을 씻긴다.목에 타월을 걸치고 있다. 손수건에 비누칠한다.그 수건으로 소년 등짝을민다. 추브다. 추읍타하며 소년이 떤다. 여름인데 뭘 춥니하고 경주씨가 말한다. 문간방 방문이 열린다. 노인이 얼굴을 내민다. 우리를 살피곤 문을 닫는다.

"어제 저녁엔 개미집처럼 복닥거리던데, 어찌 조용합니다"

짱구가 색안경을 벗는다. 집안을 둘러본다. 담배를 꺼내문다. 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대긴다. 그가박스 놓고 앉으라고 내게 말한다. 나는 시키는대로한다.

"학생들은 학교 가고 어른들은 일터 나갔지요. 주인 아줌마까지 파출부로"경주씨가 대답한다. 경주씨는 소년의 고추와 다리에도 비누칠을 한다. 바가지물을 소년의 몸에 끼얹는다. 소년은 춥다며 진저리를 친다. 방문이 열린다. 계집아이가 내다본다. 무릎을 꺾고 있다. 무릎아래 두 다리가 없다. 히물쩍 웃는다. 방안이 컴컴하다. 노인이 누워있다. 가래 끓는 소리로 앓고 있다. 열댓 살된 소년이 긴 목을 빼고 두 팔을 흔든다. 지치지치, 코코코코하는 소리를 거푸 내고 있다. 말이 안되는 소리다. 입술을 빨리 놀린다. -새들도 생각할줄 알고 말을 한단다. 저들끼리 통하는 말을. 동물원 사육사가 두루미 어미와 새끼를 관찰했대. 괴쾨괴쾨하고 어미가 울자, 새끼들이 어미 품으로 모여들더래. 빨리 쫓아와 날갯죽지 아래로 숨어. 그런데 어미가 부드럽게 고코고코하고 울자, 새끼들이 천천히 어미 쪽으로 오더란다. 어미 부리앞에 모여 재롱을 떨어. 사육사가 어미 울음 소리를 녹음해서 새끼들을 실험해 보았대. 새끼들이 각각 다른 두 녹음소리를 정확하게 구별해서 행동을 하더래. 괴쾨괴쾨하고 울때는 위험하다는 신호구, 고코고코하고 울때는 안심하고 놀라든가, 먹이가 있으니 모여라는 신호라잖아. 아버지가 말했다. 소년은팔을 흔들며 연방 새소리를 낸다. 위험한 신호인지 먹이를 달라는 신호인지알수가 없다.

경주씨가 목에 걸친 수건으로 소년의 몸을 닦아준다. 달랑 안아든다. 쪽마루에 올려놓는다. 소년은 다리 힘으로 서지 못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