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스니아유엔군 "이러지도 저러지도" 철수 딜레마

유엔이 과연 보스니아 '진흙탕'에서 발을 뺄 것인가.10일 보스니아 철수를 위한 사전답사가 실시됐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고위지휘관을 태운 미 해군 라셀호가 이날 이태리 나폴리항을 떠나 문제의보스니아 해역인 지중해로 출항했다. 이 배에는 나토 남부군 사령관인 레이톤 스미스제독과 70여명의 나토 고위지휘관이 타고 있었다. 임무는 유엔의보스니아 철수를 위한 예행연습. 보스니아에 파견된 유엔평화유지군의 해상지휘부가 한꺼번에 철수할수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한 항해다.나토 짐 미첼대변인은 "단순한 예행항해일뿐 유엔군 철수를 수행하기 위한것은 아니다"고 말하면서 "완전철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결정사항"이라며 애써 의미 축소. 그러나 유엔군 철수 임박을 알리는 신호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지난달 나토 16개국 대사들은 2만2천명 보스니아 평화유지군의 철수필요성에 합의했다. 6만여명의 전투병력까지 확대될 수 있는 것이었다.이에대해 유엔 관리들과 일부 나토국 일선지휘관들은 철수를 반대하고 있다. 유엔군의 공백에 엄청난 대학살이 메울 소지가 커지기 때문. 특히 회교정부군의 점령지에서는 세르비아계의 '인종청소'가 대대적으로 자행될 가능성이 있다.

부트로스 갈리 유엔사무총장도이러한 인도주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그러나 지난 8일 평화유지활동이계속 방해받거나 진전이 없으면 유엔군 철수는 불가피하다고 말해 유엔군 철수쪽으로 선회하고 있다.대부분 전문가들도 더이상 보스니아의 평화활동은 실익없는 것으로 보고있다. 9일 더글러스 허드 전영국외무장관은 "다음달까지 전기가 마련되지 않으면 유엔군은 철수해야 한다"며 조만간 유엔군 철수안이 발표될 것을 시사했다.

이런 유엔의 딜레마를아는지 지난주부터 세르비아계는 유엔의 권위로 정해진 '안전지대'에 대한 침범을 부쩍 늘리고 있다. 9일에도 탱크를 앞세우고'안전지대'인 스레브레니차 외곽지역을 침공해 30여명의 네덜란드군을 억류했다.

신속대응군으로 참가할 영국,프랑스,네덜란드군이 결국 '신속철수군'으로전락할 것이란 조롱은 이런 유엔의 어정쩡한 입장에서 충분히 나옴직한 것이다.〈김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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