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의 푸른나무-두더지는 땅을 판다

"나갔다 올께, 사이좋게 잘 있어요. 할아버지, 애들 잘 봐요. 조금 있으면교회 집사님이 오실거예요"경주씨가 방안에 대고 말한다. 대문께로 걷는다. 새침한 얼굴이다."마두, 우리도 가자. 키유가 기다리겠어"

짱구가 헬멧과 색안경을 쓴다. 오토바이를 골목길로 끌어낸다. 문간방 노인이 어벙한 표정으로 짱구를 본다. 짱구와 눈이 마주치자, 방문을 닫는다.짱구와 나는 경주씨를 뒤따른다. 골목길로 내려간다.

"경주씨, 곽이 삼등하겠수다. 헛수골걸" 짱구가 말한다. 경주씨의 대답이없다. "경주씨, 마두 언제부터 교육시킬거요? 마두를 저녁 때 여기 남겨둘수도 있으니깐"

경주씨가 걸음을 멈춘다. 뒤돌아본다.

"당당히 걸을 수 있고 제 손으로 밥 떠먹을 수 있는 것만도 축복입니다.방에 있는 분들 봤죠? 음지식물처럼 웅크리고 있는 그 사람들. 그 복합 장애자에 비하면 시우씨의 장애야말로 축복입니다. 더 고통받는 사람들이 제 옆에 있기에 시우씨를 위한 시간을 쪼갤 수가 없어요. 여기서도 조만간 이사를가야겠구. 비닐하우스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예요. 거기로 간담 저 사람들이햇볕 쬐며 운동할 터라도 있을테니깐요" 경주씨가 말한다. 나를 본다. "시우씨 또 봐요"

경주씨가 몸을 돌려 걸음을 빨리 한다. 우리는 버스 종점으로 내려온다."티코 안타슈?"

짱구가 경주씨에게 말한다.

"기름값이 없어요. 저 차마저 팔아야겠어요"

"오토바이 뒷자리도 괜찮담 내가 모셔줄 수도 있는데?"

"괜찮아요"

경주씨가 버스에 오른다. 짱구가 오토바이에 엉덩이를 얹는다. 나를 보고타라고 말한다. 나는 오토바이 뒷자리에 탄다. 오토바이가 연립주택이 늘어선 뒷길로 달린다. 오토바이가 멈춘다. 짱구가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휘파람을 길게 분다. 연립주택 모퉁이에서 기요가 나온다. 왜 늦었느냐고 기요가짱구에게 묻는다.

"복지원 놈들이 노를 협박하러 왔더군. 주둥이 쪼깐 놀렸지. 한방 먹여 돌려보냈어. 근데 어찌 소식 있냐?"

"우리가 늦었나 봐. 나오는 놈이 없어. 뽕판(노름판) 붙었는지 원"기요가 말한다. 오늘 노랑 술 납품 날 아니냐고 짱구가 말한다. 기요가 빨리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짱구가 나를 본다.

"마두, 너 여기 지키고 있어. 우리 한바퀴 돌고 올테니깐. 꺽다리와 꼬마가 연립주택에서 나오는지 잘 감시해야 해"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