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뒤틀린 현실 탈출구는 없는가

잘못된 현실과 인간 관계에 대한 문제 제기와 새로운 출구 모색은 소설의 영원한 주제 가운데 하나다. 중견 작가 한승원씨의 '아버지를 위하여'와김운비씨의 첫 장편소설'청동입술', 송진현씨의 '실화소설 돌개바람'은 자기 자리에서 뒤틀려진 현실을 드러내고 어떠한 해결점이 있는지를 묻고 있다.'아버지를 위하여'(문이당 펴냄)는 이 시대 아버지와 아들의 참다운 관계정립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이 소설의 모티브는 최근 대학교수라는 신분에도 돈 때문에 아버지를 살해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김성복 사건에서따왔다. 오디푸스 컴플렉스와 이데올로기로 인한 부자간의 원초적 대립.갈등의 운명적 비극을 그린 '아버지와 아들'등의 작품에서 꾸준히 부자관계에초점을 맞춰 온 한씨는 이 작품에서 '아버지 극복하기'라는 과제를 탐구하고있다. 연극배우 이기석과 그의 아들 신명의 갈등, 신명이 변론을 맡은 아버지 살인자인 대학교수 박기백과 그의 아버지 박상균의 갈등이 이 소설의 두개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박기백은 스스로 아버지를 살해하고 이신명은 아버지가 자연스럽게 죽음으로써 아버지 극복하기를 실현하지만 작가는 아버지 극복하기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간의 이해와 화해를 통해서만진정으로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씨는 그동안 한국인의 토속적인 삶과 정한을 밀도있게 형상화한 일련의 작품들을 써왔다.'청동입술'(문학과 지성사 펴냄)은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분열되는 현대인의 인간관계를 다루고있다. 한 영혼은 다른 한 영혼과 행복하게 만나지못하며 끊임없이 빗나가고 만다. 김씨는 느리고 섬세한 문체로, 그러나 전혀새로운 형태로 현대인의 내면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59년 서울 출신인 김씨는 서울대 불문과를 나와 프랑스 파리 8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문학평론가로 활동해 왔다.

'실화소설 돌개바람'은 경남 함양.산청 양민학살사건의 피해자인 현직 교사가 당시 상황과 정부의 은폐 공작을 다뤄 화제가 되고 있다. 부산 덕천국교 교사로 재직 중인 저자 송진현씨(53)는 국교 3학년이던 지난 51년 2월 8일 부친 송봉문씨(당시 37세)가 함양군 유림면 서주리에서 국군에 의해 학살당한 아픈 과거를 안고 있다. 송씨는 소설의 형식을 빌렸지만 함양.산청의조용한시골마을들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과정, 토벌에 나선 국군이 빨치산의 물적.인적기반을 없앤다는 명분으로 무고한 양민들을 무차별학살한 상황, 정부의 진상 은폐 공작등을 자신의 체험과 증언, 다양한 자료를 토대로 객관적으로풀어가고 있다. 송씨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지난 93년부터 2년간 학살 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생존자와 유족 50여명을만나 증언을 들었고 국회조사단 기록과 빨치산 및 6.25 관련 논문, 소설등자료를 수집했다고 한다.

〈申道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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