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외교 "정치보다 경제우선"

미 클린턴행정부의 외교가 급속히 자국 이익주의로 선회하고 있다.대표적인 것이 '하나의 중국정책'에 회의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 79년 미국은 중화인민공화국을 중국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한 공동성명을발표했다. 당시 미국은 소련을 고립시키기 위해서 중국과 수교가 필수적이었다.그러나 상황은 변해 냉전이 와해되고 조그마한 섬나라 대만이 세계 경제를움직이는 일원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교역량 4백23억9천만달러로 미국의 5대교역국으로 성장하면서 미국의 딜레마도 함께 커졌다. 냉전이 끝난 지금 '고지식한' 중국에 언제까지 끌려다녀야 하느냐는 의문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달 이등휘대만총통의 방미는 비록 비공식, 개인적 방문이었지만 대만달러에 흐물흐물해진 미국을 연상시켰기 때문에 그토록 문제시 됐다. 중국정부는 13일 클린턴행정부에 '하나의 중국'원칙의 준수를 다시 촉구했다. 그러나 중국의 핵실험, 대미 무역 갈등, 중국계 미국인 해리 우의 구금을 물고늘어지는 미국의 저의는'하나의 중국정책'에 대한 회의라는 것이 지배적인관점이다.

미국의 자국이익을 위한 경제우선 외교는 이번 베트남과의 수교결정에도잘 나타난다. 5만8천명 미군의 목숨을 앗아가고 2천2백여명의 미군이 실종된'더러운 전쟁' 베트남전의 쓰라린 과거는 '황금시장'으로 부각하는 베트남의투자시장성에 간단히 무너졌다. 국제분쟁지역을 방문하며 '보안관'역을 톡톡히 해내던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이 시장확보를 위해 미군 지뢰가 아직도묻혀 있는 하노이를 방문한다는 것은 생소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쿠바난민을 송환하기 위해 오랫동안 적대시 해오던 피델 카스트로에게 우호의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나, 미얀마에서 생산된 마약의 미국내 반입을근절시키기 위한 미얀마군부와의 관계개선 노력도 미국의 골칫거리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시도로 보여진다.

북한과의 관계개선도 다각도로모색되고 있다. 미국은 이미 북한에 '전략자원'인 중유 1백t을 인도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외교관들은 연락사무소 부지를 알아보기 위해 곧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고 미국 최대 장거리 전화회사도 결국 북한에 사업허가를 얻어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우방이 되는 냉혹한 국제관계에 미국은 발벗고 자국이기주의를 심고 있는 것이다.

〈김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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