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신현직·계명대교수 법학)--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7월의 마른 장마 속에 국민들을 더욱 답답하게 하는 것은 계속되는 대형참사에 대책없는 행정과 김대중씨의 정계복귀를 둘러싼 새로운 정치소용돌이다. 지방선거가 지역일꾼이 아니라 지방정치인을 뽑는 것이며 중앙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으려던 대통령과 여당은 지난 선거에서 참패하였다. 그것은 그동안의 정부여당의 국정운영에 대한 중간평가라기보다는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가 낙제점수임을 확인하는 것이었다.초기에 열렬한 국민적 지지를 얻으며 추진해 온 개혁 자체가 갖는 긍정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현정권에 대한 민심리반이 명백하게 드러나게 된 가장근본적인 이유는 무엇보다 원칙과 철학이 없었다는 점이다.원칙과 철학 부재개혁이란 진보적인 입장에 서서 정의의 원칙 아래 잘못된 과거를 명확히청산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민주화나 진보세력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도않았고, 일부 개혁인사들의 영입조차도 그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을마련해주지 않음으로써 일시적인 홍보용에 불과하거나 여당내의 자파 정치세력을 확보하려는 기도로 해석되기도 하였다.

'인사는 만사'라 하였지만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이었고 여전히 구태의연한 인물들에 의존하여 제대로 된 개혁안을 마련하고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무리였다. 국정인사는 개인적인 친소관계나 충성도에 따른 정실인사가 되어서는 안됨에도 불구하고,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인사는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을 낳았고 개혁의 걸림돌이 되었다.

그렇다고 보수 기득권세력들을 제대로 숙청하거나 감싸안은 것도 아니었다. 법에 따라 공정하게 권력을 행사하는 것만이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는유일한 길임에도 정치권력의 힘으로 법을 무시한 채 개인적 관계 여하에 따라 본보기식으로 선별처리한 것은 기득권 세력에게 저항의 명분만 주는 것이었다. 더구나 잘못되어가는 개혁과정에 대한 주민의 정치적 판단과 질책을소위 'TK정서'라는 애매한 감정문제로 치부하여 버렸다.

계속밀리는 개혁안

인기에 영합하는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선거에서의 정치력은 순발력과대중적 인기에 좌우될지 모르지만 국정운영은 그러해서는 안되며, 개혁은 더말할 나위가 없다. 거대한 국정의 운영을 법과 조직에 의하기보다 개인적 의지와 순발력에 의존하였다는데 문제가 있다. 국민여론을 수렴하여 법제도적으로 완비해야 할 사항들을 비밀리에 추진하여 '정치적 깜짝쇼'로 전격적으로 해치움으로써 많은 부작용이 나타났음에도 국민적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고 체면치레나 여론무마에 급급하였으며, 개혁안들은 자본과 보수세력의 요구에 따라 계속 후퇴하였다.

뿐만아니라 선거를 의식하여 행하여진 대통령의 권위주의적인 발언과 조치들은 34년만의 지방자치제도의 부활을 실현하였다는 업적조차 가려버렸다.한국통신사태 등에서와 같은 무리한 노동탄압과 종교기관에의 공권력 투입등은 진보세력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조차 대통령의 오만한 권력행사로 비쳐지기에 충분하였다. 더구나 대형사고의 연속과 그에 대처하는 행정력의 부재는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 모두에게 능력 자체에 대한 불신만을 안겨 주었다.

국민여론 수렴해야

선거결과는 집권당의 패배에 그치지 않고 양김씨의 부활과 지역할거주의적정치소용돌이의 시작으로 나타났다. 인기와 선거승리에 집착한 권위주의적권력행사는 결국 개혁과 정치적 세대교체의 국민적 기대마저 좌절시켰다. 그러나 중간평가는 최종평가가 아니다. 대통령의 지속적인 개혁과 국민여론의수렴에 관한 언급에 또다시 기대해 본다. 정치적 궁지에 몰렸다고 해서 또다시 다음 총선에서의 승리에만 집착한 나머지 무리한 정당선거제도의 개편을정치개혁이란 이름으로 강행하지 않기를 바라며 지금 진행중인 교육개혁과사법개혁에서도 지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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