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요가 내 팔을 끈다.연립주택 사이를 빠져 나간다. 기요가 옆 연립주택의 출입구를 가리킨다."십이동 입구를 잘 봐. 여기서 지키면 놈들 눈에 띄지 않을거야. 꺽다리와꼬마말고도 누가 들어오고 나가냐를 잘 봐둬. 그리고 삼층 저 창문이 놈들이있는 방이야. 저 창문도 살펴. 우리가 늦어도 두 시쯤엔 올께. 그때까지 여기를 뜨면 안돼"
기요가 말한다. 둘이 오토바이를 타고 떠난다. 나 혼자 남는다. 연립주택옆면 그늘에 앉는다. 연립주택은 사층이다. 십이동 연립주택 출입문을 본다.아무도 들랑거리지 않는다. 십이동 앞마당에 아이 셋이 놀고 있다. 사내아이하나와 계집아이 둘이다. 사내아이는 리모콘으로 장난감 자동차를 운전하고있다. 계집아이 둘은 흙을 모아 산을 만든다. 산마루에다 나무젓가락을 꽂는다. 사내아이가 자동차를 그쪽으로 가게 한다. 안테나 있는 자동차가 흙산으로 올라간다. 자동차가 흙산을 무너뜨린다. 젓가락을 넘어뜨린다. 소년이 자동차를 자기 앞으로 불러들인다.계집아이 하나가 무너진 산을 보며 울음을터뜨린다. 사내아이가 깔깔거리고 웃는다. 따가운 볕이 마당에서 끓는다. -넌 왜 울고 들어오니? 또식이가 또 때렸니? 넌 왜 맞고만 다녀. 저 병신 자식을 내 어찌 키울꼬. 부모가 무슨 죄를 져서 저런 멍충이가 생겨났을꼬. 니아비 술탓이야. 젊을 때부터 술을 그렇게 퍼질렀으니 정자가 녹았지. 엄마가말했다. 나는 동네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아이들이 나를 때리거나해코지했다. 나는 울음부터 터뜨렸다. 나는 울보였다.
젊은 아주머니가 아기를 업고 연립주택에서 나온다. 계집아이를 부른다.울지 않는 아이가 아주머니 쪽으로 간다. 한참 뒤, 우체부가 출입구로 들어간다. 할머니가 들어간다. 아이 둘이 나온다. 보리짚 모자를 쓴 노인이 나온다. 노 슬리브를 입은 아가씨가 나온다. 배꼽 보이는 흰 면셔츠다. 허벅지가드러난 미니 청바지다. 또 여러 사람들이 출입문을 들랑거린다. 나 또래 젊은이는 연립주택에서 나오지 않는다. 삼층 창에도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마당에 놀던 아이들도 연립주택으로 들어가 버린다. 해가 하늘 가운데 걸려 있다. 확성기 소리가 들린다. 채소와 어물을 실은 트럭이 온다. 차가 연립주택마당에 멈춰선다. "싱싱한 꽁치, 갈치, 배추, 무, 상추도 있습니다…" 확성기에서 흘러 나오는 말이다. 아주머니 서너 사람이 십이동 출입문에서 나온다. 트럭에 실린 물건을 구경한다.
그때, 젊은이 셋이 출입문에서 나온다. 주위를 살핀다. 그 중 하나가 꼬마빼빼다. 그들이 앞마당 건너로 간다. 승용차 두 대가 주차해 있다. 분홍색차를 탄다. 차가 버스종점 쪽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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