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담배가 시중에 나돌기 시작하던 80년대 후반, 서봉수(서봉수)9단은 맛이 순하고 굵기가 가는 담배를 찾아 섭렵을 한 적이 있다. 우리는 만날때마다 일거리 삼아 새로 나온 담배에 관한 정보를 교환했다.그중에는 피워보지는 못했으나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것도 있었고이름조차 처음 들어보는 것도 있었다.
서9단이 즐겼던 담배로 '피네스(finess)' 와 '보우그(vogue)'라는 것이 있었다. 아주 가늘고 짧고 예쁜 담배였다. 아마도 여성용 담배같았다. 서9단은 "이렇게 예쁜 것이 건강에 해롭지 않고 맛만 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면서 익살을 부리곤 했다.
담배를 맛있게 피우는 사람으로는 강훈(강훈) 8단을 꼽지 않을 수 없다.조훈현(조훈현)9단같은 경우는 담배를 물고 있는 시간은 많지만 대부분 필터부분을 질겅질겅 씹고 있다가 생각이 나면 한모금씩 빠는 스타일이지만 강8단은 한 모금을빨아도 깊이 빨아 짙고 많은 연기를 뿜어내는 스타일이다.서9단은 깊이 빨아들이지는 않지만 연기를 토할 때는 '휴우'하는 심호흡과함께 연기를 조금씩 길게 내뱉는다.
지금은 머리를 기르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남자들의 머리도 대개는 귀를 덮을 정도의 장발이었다. 강8단의 머리는 숱이 많고아주 뻣뻣한 직모. 또 강8단은 바둑을 둘 때는 머리를 바둑판에 닿을만큼 깊이 숙이고 수읽기를 하는 습관이 있는데, 그 자세로 담배를 피우다가 짙고많은 연기를 내뿜으면 그것은 마치 무슨 검은 숲이나 밀림에서 괴이한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이었고, 연기는 바둑판 위에 낮게 쫙 깔렸다가 상대방얼굴 쪽으로 날아가기 일쑤였다. 상대방은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남들이 볼 때는 저것도 일종의 심리전이 아닌가 싶겠지만 강8단이 일부러 그러는것은 결코 아니었다. 기풍이 치열하다 보니 수읽기가 치열해지는 것이고 수읽기를 치열하게 하다 보니 저절로 그런 자세가 되는 것 뿐이었다.요즘은 강8단도 그런 모습으로 담배를 피우지는 않으며 강8단이 아닌 다른애연 기사들도 대국중 담배를 피울 때는 모두들 조금은 조심스러워 한다. 어쨌든 건강을 위해서는 잘된 일이라고 할 수 있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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