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이후 반세기 동안의 한국현대소설사의 전체적인 흐름과 그 특징을 집약해 보여주는 작품선집인 '한국 대표 중단편 소설 50'(전 5권·중앙일보사펴냄)이 나와 주목되고 있다.이 선집은 '문예중앙'이 문학평론가 55명에게 '1945~1994년에 발표된 문학사적, 문예미학적으로 수작이라고 평가할만한 소설' 선정을 의뢰해 뽑은 장편 50편, 중단편 50편중 중단편만 수록했다.
제 1권에는 해방 직후와 전후소설인 이태준의 '해방 전후', 채만식의 '논이야기', 김동리의 '역마', 황순원의 '학', 손창섭의 '잉여인간', 장용학의'요한시집', 이범선의 '오발탄'등을 실었다. 해방 직후의 소설 경향은 이태준등 삶의 현실 문제를 계급적 의식에 대응시키고자 했던 부류와 김동리 채만식 황순원등 문학과 인생에 대한 폭넓은 조망을 통해 인간의 삶의 모습과그 존재의 의미를 추구하는 작가들로 대별되고 있다. 6·25이후 1960년대 초반까지의 전후 문학은 그 주제 의식의 치열성이 두드러지나 대체로 절망과불안, 좌절과 비애등의 분위기가 강한 것이 특징이다. 장용학 김성한 선우휘 오상원 손창섭등 전후 세대 작가들은 기성세대의 윤리의식과 사회도덕적가치개념에 대한 반항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제 2권에는 4·19 혁명을 전후해 전쟁의 현장에서 눈을 돌린 작가들이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인간들의 삶의 방식과 그 사회적 연관성을 탐구하는 작품들이 나타난다. 김승옥의 '무진기행'과 '서울, 1964년 겨울', 남정현의 '분지', 김정한의 '수라도',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 최인훈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이문구의 '관촌수필'등이 이 시기의 대표작들.제 3권은 산업화 과정에서 드러나기 시작한 여러가지 사회 문제들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70년대 이후의 소설들을 담고 있다. 황석영의 '객지'와 '한씨연대기', 윤흥길의 '장마'와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등은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변두리 주민들의 생활과 노동 현장을 그리고 있다.
제 4권에는 김성동의 '만다라', 오정희의 '중국인 거리'와 '유년의 뜰',이인성의 '낯선 시간 속으로', 이문열의 '금시조'등을, 제 5권에는 박완서의'엄마의 말뚝·2', 송기원의 '다시 월문리에서', 방현석의 '새벽 출정',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등 최근까지의 소설적 성과들을 담고 있다. 대표편집위원인 문학평론가 권영민씨(서울대 교수)는 "아직도 분단의 현실이 지속돼 통일된 남북한 소설 전부를 조감할 수 없는 점이 아쉽다"며 "그럼에도이 선집 수록 작품들은 당대 비평의 관심과 문학사적인 평가에 의해 한국 현대 소설사에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신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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