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영호 칼럼-지방환경 원년

'화성 대통령각하, 저는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지구에 와 있습니다. 지구는 소문대로 우주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입니다. 다른 별에서는 상상도 못할만큼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지구인들이 지구를망치고 있습니다. 환경이날로 파괴되고 공해로 지구가 병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이아름다운 별이 영원히 사라질 위기에 놓이게됩니다. 바라건대 빨리 화성의군대를 파견하여 지구를정복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무지한 지구인으로부터지구를 건져주십시오'지구를 구해주세요

영국의 전국고등학생 작문대회에서 일등한 작문의 내용 요약이다.최근 영국여행중 우연히 이 글을 구해 읽고, 고등학교 학생의 기발한 착상에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그리고 혼자 뇌까렸다.

'화성대통령은 한국부터 그 가운데서도 대구 경북부터 정복해주십시오'그런데 화성대통령의 역할을 해주어야 할 이는 실은 지방자치단체의 민선시장, 지사이다. 시민 내지 주민이 바로 화성의 군대 역할을 해야한다.자치시대에는 시장 도지사가 그 지방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묻기전에주민 혹은 시민이 그 지방을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는점에서 주민 혹은 시민 하나하나가 화성대통령의 역할을 해주어야한다. 환경문제에 투철한 의식을 가진 주민과 환경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자치단체장이합심, 환경친화적인 자치행정을 펴나간다면, 지자제원년이 환경원년이 될 수있을 것이다.

최근 민선 대구시장은 스스로 수돗물을 마시면서 대구 수돗물을 최고 수질로 만들겠다는 의욕을 표했는데 그 일에 성공하면 화성대통령이라고 일컬어도 무방하지 않을까.

얼마전 대구서 열린 한국국제경제학회 전국대회 주제발표에서 필자는 '우리집 뒤뜰은 안된다'는 '님비'(NIMBY)개념을 '누구의 뒤뜰도 안된다'는 '니비'(NIEBY:Not in Everybody Backyard) 개념으로 전환해야한다고 주장한바있다. 흔히 '님비'현상을 지역이기주의로 몰아붙이고 있지만 사실 어느 지방이 다른 지방의 쓰레기를 떠맡겠는가. 그들 자신도 다른 지방의 쓰레기나 공해물질을 떠맡지 않으려고 할것이 뻔한데, 다른 지방의 그런 자세를 지역이기주의로 몰아붙이는 것은 또 하나의 지역이기주의에 불과하다. 그런 속임수로는 문제해결이 안된다.

NIEBY개념 도입

환경문제에 있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공해 '떠맡기기'(buck passing)현상이다. 구미는 일본에, 일본은 한국등에 떠맡겼고, 한국등은 중국에 떠맡겼는데 이제 중국은 한국과 일본에 대기오염을 떠맡기고 있다. 또 도시에서도심쓰레기는 변두리로 떠맡기고, 변두리는 주위 농촌으로 떠맡겨 이제는 농촌쓰레기문제도 대단히 심각하다. 개울은 강물로, 강물은 바다로 떠맡기고이제 산과 강과 바다로부터의 '복수'가 시작되고 있지않은가.이러한 공해떠넘기기 현상에 대응하는 개념이 '니비'이다.

어느 누구의 뒤뜰에도 공해를 떠맡길수 없다. 최근 경북지사는 TV인터뷰에서 환경쓰레기를 어느 지방도 떠맡지않으려는데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다른 지방에 떠넘기지않고 각 지방내에서 처리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응답했다. 일종의 니비행정이다. 아마도 이러한 환경행정방침을 지시한 것은전국에서 처음이 아닌가싶다.

각 지방의 기업과 가정은 처음부터 쓰레기가 적게 발생하도록 기획하고 발생한 쓰레기는 최대한의리사이클링으로 재자원화하고, 그래도 남는 부분은그 지역내에서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한다. 기본적으로 하나의 지방자치단체는 하나의 리사이클링단위요, 하나의 환경공간이다.

이제 유럽의 각 도시는 '쓰레기 50% 줄이기'에 성공, 80%대에서 다시 1백줄이기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도 쓰레기 정량제도입으로 20%대에 도달했고 1백% 줄이기에 도전한 아파트단지도 있다. 독일에서 만난 한 인사는 "대도시한복판의 개울과 강물에 물고기가 잘 노느냐 어떠냐가 세계화의 기준이다"고말했다.

새 환경행정 펼칠때

대구 경북 민선단체장은 지방별로 환경5개년계획을 세워봄직하다. 나무를배로 심고 물도 배로 맑게 하며, 쓰레기를 반으로 줄이고 재자원화 기술개발에 두배로 투자하고 그 기술을 수출산업화하려는 야심을 가꿔가자.새로운 환경공동체의 건설에 뛰어들지 않는 지자체가 있다면 그 화성대통령은 환경시민 환경주민에 의해 쫓겨날 것이다.

〈경북대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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