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재난과 소방법 완화

'타이밍(시기 선택)이 좋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정책 결정 혹은 법 제(개)정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때문에 18일 열린 국무회의는 뒷맛이 영개운치않다.물론 이날 국무회의의 초점은 재난 관리법 공포안과 그 시행령을 통과시키고 이에따라 붕괴된 삼풍백화점 일대를 특별 재해 지역으로 선포하도록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것이었다. 즉 각종 재난에 대한 예방 및 수습책을 강화시킨셈이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는이러한 의도와는 어울리지 않는 시행령 개정안도 동시에 통과됐다. 소방법 시행령 개정안이 바로 그것.이 개정령의 골자는 현행 소방법 상의 규제(의무) 사항들을 '완화' 시킨데있다. △방화관리 업무를 대행하는 소방시설 점검업자는 법정 자격이 없는사람도 방화관리인으로 선임 가능(제 9조) △관광 휴게, 관람, 운동 시설에대한 자동화재탐지기 설치 기준을 연면적으로 현행 6백㎡에서 1천㎡로 상향조정(제 29조) △소방 공사의 상주 감리 대상을 연면적 1만㎡에서 3만㎡이상으로 완화(제41조) 등이 포함돼 있다.

이와관련, 주무부처인 내무부는 "과도한 규제를 지양, 국민의 편의를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정부측 의도가 이해되지않는 것은 아니다.각종 규제를 푸는 것 역시 국민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행정의 궁극적 목표와궤를 같이 할 수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지금이 어느 때인가. 지하,지상,공중 등에서 사고가 잇따르면서 사고공화국이란 유행어까지낳지 않았는가. 정부가 설사 사고 대비책을 강화한다고 해도 국민들의 불안은 가시기 어려운 상황인데 거꾸로 화재 예방.감시책을 완화시키다니….특히 개정령 중 10층 이하의 아파트나 학교 건물을 소방공사 감리 대상에서 아예 제외시켜버렸다는 규정(제 40조)은 백번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대목이다.〈서봉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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