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난 중국' 미·대만권 "위협사격" 중 대만해역 미사일실험 발표의미

이등휘 대만 총통의 미국방문으로 야기된 중국과 대만, 중국과 미국의 대립이 노골화되고 있다. 중국-대만간 고위급회담 무기연기, 해리 우 구금사건에 이어 이번엔 대만 인근해역에서의 미사일 실험을 발표하고 나선 것.최초 시발점은 이총통 방미로 볼 수 있지만 실제로 미국 정부입장에서는이총통의 방미허가 자체가 하나의 대중국 견제책이었다. 즉, 지난 5월15일에있었던 중국 핵실험 재개로 인해 '세계 핵의 경찰'임을 자처하던 미국의 자존심이 크게 뭉개져 버리자 그때까지 '하나의 중국'정책을 고수해 오던 미국이 비록 사적 방문이긴 해도 이총통 방문을 허락, 중국 당국을 바싹 긴장시킨 것이다.오는 21일부터 28일까지 중국 신강성 미사일기지에서 실시될 이 실험은 미국을 비롯한 친대만 전향국가에 대한 일종의 경고인 동시에 대만에 대한 위협사격의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중국의 강수가 나오기까진 대만의 역할도 톡톡히 작용했다. 개발도상국 지원자금으로 10억달러를 제공, 유엔에 가입하겠다고 밝혔고 연전 행정원장이 유럽 3개국을 방문해 잠비아와 외교관계를 맺고, 대만을 정치적 실체로 인정하라고까지 요구함으로써 중국으로 하여금 더이상 이대로 두어서는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이다.

이에앞서 중국 공산당은 강택민 총서기가 참석한 가운데 6월말에서 7월초에 걸쳐 정치국회의와 중앙군사위원회를 열고 대대만정책을 초강경책으로 선회할 것을 결의했다. 특히, 정치국회의에선 내년 3월 실시되는 총통선거까지대만에 대한 정치적 압력을 강화해 이총통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한편, 대규모 군사훈련과 중국 해군의 대만해협 진입등 무력시위를 벌임으로써 대만 국민들에게 잠재해 있는 중국대륙에 대한 공포심을 다시 불러일으키기로 결의했던 것.

실제로 중국이 대만에서 겨우 1백여㎞ 떨어진 곳에서 지대지 미사일 실험을 실시하기로 발표하자마자 대만의 주가는 19일 단하루만에 2백29·19포인트가 하락해 93년 12월 이래 최악의 사태를 맞이하고 있다.다급해진 이총통은 중국측에 대해 '이념대결'을 포기하도록 촉구하며 "상호 존중만이 중국통일을 달성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는등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지만 아직까지 중국 당국의 구체적인 반응은 나타나지 않고있다.

오히려 중국이 이번 미사일 실험으로 적절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판단될 경우 대만해협의 봉쇄조처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미국도 이번 문제만큼은 공식적 항의를 유보하고 있는 상태이다.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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