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형 대전제 손상

지난 3월 한국전력과 미국의 ABB-CE사간에 체결한 원자력협력 양해각서(MOU)가 대북 경수로사업의 대전제인 한국형 경수로 제공의 원칙을 손상할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일부 원자력 전문가들은 21일 양해각서 내용과 관련, "ABB-CE는 계통전문공급업체로 한전측과 원전 건설사업에 참여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원자로 주계통 설계능력이 미흡한 한전측이 향후 이 미국기업에 의존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양해각서의 7조에 '북한 원전사업을 포함하여 ABB-CE의공급범위가 울진 3,4호기 수준으로 공동참여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라는 표현등을 사용한 것은 한전이 대북경수로 사업에서 ABB-CE사에 매달릴 수밖에없음을 말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원자로 계통설계 능력이 없는 한전이 주계약자로서 원자력 발전소건설을 추진할 때 미국기업에 의존하면 설계변경 가능성이 상존한다"고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만일 북한에 제공될 경수로 사업에서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형 경수로 제공이라는 원칙이 크게 손상당할 것"이라며 "특히 경수로감리를 맡을프로그램 코디네이터(PC)도 미국기업이 맡는 만큼 한국의 역할이축소될 우려마저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따라서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원자로 계통설계를 자력으로 담당할 수있는 원자력 연구소가 대북 경수로 사업에서 최소한 경수로사업을 감독하는 역할정도는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일부의 지적에 대해 과기처는 "이 양해각서는 미국기업의 미국형원자로제공을 위한 로비를 사전봉쇄하고 북한에 한국표준형 원전을 제공하게될 경우 CE사의 로열티 지불요구 가능성을 근원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체결한것"이라고 밝혔다.

과기처는 "양해각서 7조는 원자력 사업을 추진할 경우 로열티 지급문제를규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한국형 경수로 제공원칙이 손상당할 우려가있다고 확대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과기처측은 그러나 "CE에 맡긴 업무는 원자로 주계통(NSSS)의 일부로서 우리의기술능력으로 보아 CE에게 맡길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공노명외무장관도 이날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편집인협회 초청간담회에 참석, 양해각서 문제에 언급하는 가운데 "마지막 설계점검은 CE가 하는것"이라고 확인했다.

일각에서는 과기처의 반박에 대해 "결국 한국형을 설계할 능력이 없음을인정한것이며 이는 원자로 계통설계를 독자적으로 성공시킨 원자력연구소의실적을 활용하지 못한 발상"이라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같은 논란에 대해 "양해각서가 한국표준형 제공이 불투명했던지난해 10월에 추진된 것이라 일부 내용이 시의성에 뒤떨어진다는 얘기를 들은바 있다"며 "향후 문제점을 검토, 필요하면 대책을 세워나가겠다"고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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