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태풍뒤의 가뭄 걱정

제3호 태풍 페이가 어제 오후 남해안에 상륙해 밤사이에 영남내륙을 거쳐동해안으로 빠져나가면서 적지 않은 피해를 안겨주었다. 지난 59년 8백49명의 인명피해를 낸 사라호에 이어 우리나라에 상륙한 태풍으로선 두번째로 강력한 것이었다는 페이는 폭우보다는 엄청난 강풍을 몰고와 해상의 많은 선박이 침몰됐고 내륙에선 가로수가 뽑히고 허술한 건물들이 붕괴되는등 바람에의한 피해가 컸다.페이의 피해규모는 아직 정확한 집계가 나오지 않아 알수없지만 24일 오전현재 인명피해가 전국적으로 50여명이고 물적 피해는 예상보다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인명피해의 경우는 태풍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하지 않고 있다가 당한 해상사고가 대부분이어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특히 전남 여수에서 발생한 16명의 사망·실종사고는 높은 파도가 일고 있는방파제에서 승합차를 타고 가다 당한 참사라는데 충격을 주었다.이같이 태풍이 상륙한 남해안지방을 중심으로 적지않은 피해를 입고 있지만 대구·경북지방의 경우는 불행중 다행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강풍으로많은 가로수가 뽑히고 대구시내 곳곳에 세워놓은 선전탑등이 넘어지는 피해를 입었지만 인명피해는 동해안에서 대피하던 소형선박이 침몰해 선원3명이실종된 것이 전부다.

엄청난 강풍에 비해 피해규모가 적은 것은 사전에 대비가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과연 만전의 대비로 피해를 최소화했는지는 다시한번 깊이 생각해볼 문제다. 인위재난은 말할것도 없고 천재지변의 경우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은사전대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기초적 상식이다. 이번 태풍의 경우도그 위력과 진로에 대해 태풍이 우리나라에 상륙하기 며칠전부터 예고하고 경각심을 일깨웠다.

그런데도 해상에서 미처 대비하지 못한 선박들이 피해를 입고 내륙에선 허술한 시설물들을 방치했다가 부서지는 피해를 입었다. 태풍에 대한 위험경고를 대수롭지않게 여기다가 당한 참변이 또 발생했다는 것은 우리의 위험에대한 무감각현상이 얼마나 깊은가를 또다시 확인시켜준 것이다. 태풍 페이가우리에게 남겨준 피해는 최종집계가 나오면 만만치않을 것이다. 이제는 페이가 남긴 상처를 치유하는데 총력을 쏟아야 한다.

특히 대구·경북지역은 페이로 인한 피해가 적었지만 페이가 몰고올 것으로 기대했던 강우량도 평균 40㎜로 적어 피해복구와 함께 가뭄대책도 본격적으로 세워나가야할 형편이다. 지난해 같은 '마른장마'를우려했던대로 올해도겪어야할 것같아 더욱 걱정이다. 태풍이나 가뭄이나 모두가 인간이 극복하기가 무척 힘든 일이지만 지금까지 이것을 이겨내면서 살아왔다. 특히 올해부터 우리지역의 살림은 우리 스스로 꾸려나가야 하는 자치시대를 맞지않았는가. 우리지역의 재난도 우리일같이 극복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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