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엄마일기-이갈기

이가 늦게 났던 아이는 이갈기도 늦어져 국민학교 2학년에 올라가면서부터시작됐다. 웃을때 입사이로 얼핏 보이는 10개도 넘는 이는 하나도 성한게 없이 약간씩 썩어있거나 삭아가고 있었다.얼른 이갈기가 끝나 새 이가 나기를 학수고대했건만 내마음같지 않게 이는너무도 천천히 흔들렸다. 아랫니 2개를 겨우 달래서 빼고는 또 몇달을 기다린끝에 위의 대문니가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아이는 이뺄때의 공포감때문인지 이제는 나에게 쉽게 입을 열어보이려 하지 않았다.

며칠에 한번씩 얼마나 흔들리나 물어보며 살짝 건드리려면 어느새 몸을 쏙빠져나가곤해 도저히 만져볼 수가 없었다. 대신 아이는 내 얼굴에 손을 대고내 볼을 살짝살짝 흔드는 것으로 자기 이빨이 흔들리는 정도를 표시해주었다.

어느날인가 또 궁금해서 얼마나 흔들리나 물어보면 내 손가락끝을 살살 흔들면서 요만큼 흔들린다며 아직 아직 멀었단다.

내어릴적, 이갈기 할적에 무섭고 아팠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이의두려움을 왜 모르겠는가만 엄마가 된 지금은 썩고 삭아서 군데군데 까맣게변한 이를 뽑아버리고 어서 작고 예쁜 이가 돋아나는 것만이 보고싶다.물장난을 하며 치카치카 양치질을 신나게 30분도 더해대는 아이에게 칫솔다 닳겠다고 소리지르며 화장실 나오기를 재촉하지만 양치질을 핑계로 즐거운 물장난에 빠져있는 아이는 내소리가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다.저 깊은 곳에서 잇몸을 뚫고 나온 작은 어금니의 단단한 모습이 오늘따라새삼스레 든든해 보인다. 멀지않아 쪽 고르고 건강한 이들의 세대교체를 기다리면서….

(대구시 북구 읍내동 한양공작 아파트 103동 1002호)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