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의 푸른나무(173)-도전과 응징(4)

계단을 밟는 소리가 아래층으로 이어진다. 뭐라고 지껄이는 웅성거림도 들린다. 이윽고, 출입구 안에서 비명이 터진다. 쇠파이프가 난간을 치는 소리도 들린다. 세 녀석이 비틀대며 출입구 밖으로 튕겨져 나온다. 문 앞을 지키던 새끼 둘이 쇠파이프와 각목을 휘두른다. 한 녀석이 쓰러진다. 두 녀석이달아난다. 새끼 하나가 쓰러진 녀석을 쇠파이프로 난장질한다."놓치지 마. 빨리!"짱구가 말한다. 기요와 새끼 하나가 달아나는 둘을 쫓는다. 쇠파이프를 든새끼는 출입구 안으로 뛰어든다.

연립주택 여러 방에 불이 켜진다. 잠을 자다 깬 주민들이 밖을 내다본다."왜 그렇게 사람을 패요?"

이층 창문에서 남자가 묻는다.

"도둑놈을 잡았소"

짱구가 대답한다.

새끼 둘이 넉장거리가 된 두 녀석을 출입구 밖으로 끌어낸다. 그해 여름,동네 사람들은 축 늘어진 개를 냇가로 끌고 갔다. 짱구가 넉장거리가 된 세녀석의 몸을 뒤집는다. 그중 한 녀석은 꺽다리가 틀림없다. 짱구가 일본칼을쳐든다. 그 칼로 쓰러진 녀석의 다리에 내리친다. 나는 차마 더 볼수가 없다. 고개를 돌린다. 다리가 떨려 주저앉고 싶다. 심장이 폭발할 것만 같다."가자구. 차를 타"

쌍침형이 말한다. 쌍침형이 절뚝거리며 연립주택 뒤로 걷는다. 뒤쪽에서날카로운 비명이 터진다. 나는 공포에 질린다. 이곳에 더 있을 수가 없다.우리 식구가 너무 두렵다. 아니, 조직세계가 공룡처럼 나를 향해 달려든다.나는 기요와 짱구와 함께 공룡이 나오는 영화를 보았다. 그때도 숨이 막혔다. 화면에서 공룡이 달려들 때, 나는 눈을 감고 말았다.

갑자기, 나는 뛰기 시작한다. 각목을 들고 앞마당을 거쳐 뛴다. 어디로든숨고 싶다. 나 혼자 옥상 가건물로 돌아가고 싶다. 아니, 식구들로부터 영원히 떠나고 싶다. 온주 흥부식당으로 가고싶다. 그곳에 숨어 있고 싶다. 그곳은 기요와 짱구가 안다. 그들은 나를 찾으러 올 것이다. 아우라지로 가고 싶다. 그곳까지 그들은 잡으러 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굴집 동네를 떠난다.마라톤선수처럼 달린다. 땀이 비오듯 흐른다. 폐차장 앞을 지난다. 숨이 가빠 더 뛸 수가 없다. 나는 마스크를 벗어버린다. 빠르게 걷는다. 걷다 뒤돌아보고, 다시 뛴다. 아무도 나를 쫓아오지 않는다.

다리께까지 갔을 때다. 앞쪽에서 승용차가 빠르게 다가온다. 전조등 불빛이 나를 쏜다. 차가 내앞에서 급정거한다. 건장한 사내 둘이 차에서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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