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부리포트-이삿짐 날라주기

고층아파트 입주가 많아지면서 새로운 이사풍속도가 생겨났다. 고객서비스차원에서 이루어진다는 '이삿짐 날라주기'. 그러나 이것이 서비스차원에머무는게 아니라 상품강매가 주목적이라는데서 문제가 되고 있다.우유, 음료수에서 신문에까지 종류도 많아졌으며, 고정고객을 잡기위한 경쟁 또한 치열하다.새집으로 이사하는 날! 추억으로 남기고 싶은 것이 입주자들의 한결같은마음인데 막상 이사현장에 도착하면 한바탕 전쟁이 벌어지기 일쑤다. 색색조끼를 갖춰입은 수십명의사람들이 구령까지 외치며 몰려들때면 뭔가 대단한대우를 받는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착각도 잠시, 서로 이삿짐을 날라주겠다고 난리법석이 일어난다. 한두번쯤의 사양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판매자들끼리 다투는가하면-주인의사는 상관없이 서로 자기고객이라며- 주인과 언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좋은 날 좋은게 좋지'하는 심정으로 마지못해 비슷한 상품을 여럿 선택한후에야 정리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지난 6월 대구 침산동 카아파트에 입주한 김정숙씨는 이삿날 떼를 지어 몰려든 판매원들을 미리 막기위해 한 상품을 택했는데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고의로 식탁의 다리를 부러뜨리기까지 했다. "피곤하기도 하고 인심박하다는 소리 듣기싫어 그냥 넘어갔지만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며 입주자에게 부담을 지우는 이런 풍조가 하루빨리 사라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지난해 12월 대구 진천동 까맨션에 입주한 김순희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어수선한 이사와중에 안팎주인을 따로 상대해 결국 같은 종류의 3가지상품을 택하게 됐다.

대구 상인동의 아파트에 입주한 한 주부는 처음부터 단호하게 한 상품만을고집, 이들의 도움을 받아 이사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짐운반에 동원된 사람들 대부분이 경험부족한 학생들이어서 곤돌라사용 등에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고 말했다.

입주자들이 받는 스트레스와는 달리 현장에서 판촉전을 벌이는 당사자들은"상대가 하니까 한다. 안할경우 기존시장도 뺏긴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있다.

수백, 수천세대가 동시입주하는 그 자체가 황금시장이 될 수밖에 없겠지만소비자의 자의에 의한 선택이 아니라, 강요나 인정에 호소하는 어거지식 판매행위는 문제가 적지않다. 강요된 상품이 결코 지속적으로 선택되지 않는다는 것, 진정한 승부는 상품의 질에 걸어야 한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것이다.소비자에겐 어떠한 형태이든 불필요한 서비스는 받지않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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