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한복판에서 노병들의 잔치가 벌어졌다.26일 정오(한국시간 27일새벽1시) 워싱턴 기념탑에서 한국전 참전기념비 사이의 잔디광장에 한국전참전용사들을 위한 천막촌이 개장된 것.한결같이 허옇게 세어버린 머리칼에 당시 소속부대 표지와 훈장이 주렁주렁 매달린 군모를 쓴 노병들이 30여동의 대형 천막 주위에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삼삼오오 모여서서 주고받는 노병들의 무용담 사이에 춘천, 문산, 원주, 함흥등 한국지명들이 수없이 들려온다.
"한국전쟁에서 복무를 마치고 귀국한 뒤 나는 대학에 복학했습니다. 그후단 한번도 전쟁을 돌이켜 생각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지난 50년 육군보병으로 자원입대해 압록강까지 진출한 뒤 흥남을 통해 철군했었다는 빌 포터씨(64). 캘리포니아주 비벌리 힐즈에서 한국전 참전 기념비 제막행사를 보기위해 여기까지 날아왔다는 그는 "이제 한국전쟁에 대해서얘기할 게 많아졌다 고 흐뭇해 한다.
'텐트 시티'라는 이름이 붙은 천막촌은 말하자면 한국전쟁을 돌이켜 볼수있도록 하는 가설 박람회 같은 성격의 행사.
'군사박물관'이라고 쓰인 천막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미육해공군의 활동상을 담은 기록사진과 사용했던 소총등 무기가 전시돼 있고 그 옆의 천막 공연장에서는 예비역 군악대들의 군악연주가 한창이다. 한국전쟁 관련자료 판매대에서는 제막을 하루앞둔 한국전 참전기념비의 모습을 담은 컬러화보집이첫선을 보여 단연 인기를 끌고 있다. 각종 음식을 파는 식당가에서는 노병들과 관광객들이 뒤섞인 채 떠들썩하다.
전쟁의 상처는 당시 전사자와 실종자의 기록에서 진한 아픔을 느끼게 한다. '추념의 키오스크'라고 쓴 천막에 들어서자 의외로 20여대의 컴퓨터 모니터가 가득하다. 한국전 당시 5만4천여명의 미군전사자와 8천여명의 실종미군의 인적사항과 사진을담은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그들의 정확한 기록을확인해주는 곳이었다.
무엇보다 이곳 천막촌에서 보는 이의 마음을 숙연케 하는 것은 휠체어를탄채 힘겹게 이곳저곳을 돌아보는 전상자들의 모습.
한국전쟁 당시의 부상으로 모터가 달린 휠체어에 의지한 채 실명한 한 쪽눈을 검은 안대로 가린 고든 찰스씨(65)는 "죽지 않고 기다린 보람이 있다며 "내일 있을 참전용사 기념 퍼레이드에도 참가할 것 이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워싱턴·공훈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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