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성실납세자는 바보인가

지난해 토지초과이득세법의 일부조항이 헌법불합치결정으로 개정된후 법개정이전에 부과된 세금도 개정법에 따라 내야한다는 일부 납세자들의 불복에대해 헌법재판소가 납세자들의 손을 들어주는 결정을 어제 내렸다. 그러나이같은 헌재의 결정이 과세에 불복하고 쟁송중인 납세자에만 효력이 인정되고 있어 국가의 과세행정에 이의를 달지않고 성실히 세금을 낸 대부분의 납세자들이 되레 손해를 보게돼 큰 부작용이 예상되고 있다.땅값이 크게 뛰고있던 지난 89년 정부는 땅값안정장치로 토지초과이득세를신설했다. 그러나 이 세금은 다른 세금에 비해 세율이 엄청나게 높아 형평과세라는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납세자들로부터 끈질긴 반발을 사오다가 지난해 7월 문제의 조항들이 헌재로부터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아 세율을 낮추는방향으로 법을 개정해 93년분 부과세액부터 적용해 왔다.

그러나 일부납세자들이 부분적인 소급적용은 형평성에 위배된다며 93년 이전의 모든 부과분에도 개정세율을 적용해야 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냈다. 개정법에 확실한 경과규정을 마련하지 않아 그동안 법원과 국세심판소에 계류중 토초세관련 쟁송들의 심리가 전면 중단되는등 토초세문제는 세정의 최대논란거리였는데 이번 헌재가 이같은 논란을 종식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불이익을 보게될 성실납세자들의 반발을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90년부터 92년까지 토초세부과는 9만9천여명으로부터 1조8백18억원이었다.이중에 98%인 9만8천여명이 8천9백여억원 납부하고 1천억원은 미납되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부과업무에 군말하지 않고 따라간 성실한 국민들이었다.그러나 이들은 국민의 의무인 납세의무를 성실히 수행한 대가로 내지않아도될 세금을 낸 바보같은 사람취급을 받게됐다.

헌재는 '헌법불합치결정으로 법이 개정된 만큼 헌재결정의 효력이 소급할경우엔 위헌부분을 제거한 개정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그러나 토초세관련 소송에서 이미 패했거나 소송을 내지않은 납세자들은 이같은 결정의적용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이에따라 그동안 그렇게 말도 많았던 토초세의부과논쟁은 행정소송을 제기한 1천7백여명만이 환급받거나 감액조치되는 불공평한 현상이 불거지는 결과를 낳았다.

정부는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그동안 위헌논란의 대상이던 토초세법이 합헌인정을 받은 이상 이 법을 계속 존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앞서지적한 98%의 납세자가 불이익을 보게한 정부정책에 대한 증폭되는 불신을어떻게 할 것이며 앞으로 예상되는 납세거부등 조세저항은 어떻게 대처할는지 걱정이 아닐수 없다. '세금은 성실히 납부하면 바보'라는 풍토가 조성되지 않을까하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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