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 이후의 최장기 집권자로 지난 64년부터 82년까지 옛 소련을 통치했던 브레즈네프의 인간적인 면모와 당시의 시대상을 생생하게 증언하는 책이미국에서 출판돼 화제가 되고 있다.'내가 떠나온 세계'(원제:The World I Left Behind·랜덤하우스 펴냄)란제목의 이 책을 쓴 브레즈네프의 조카딸 루바 브레즈네프는 브레즈네프 치하의 소련 체제 전반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5세까지만 해도 응석받이였던 브레즈네프는 시적 감수성이풍부했던 인물. 그는 아내와 두 명의 자식 때문에 줄곧 눈물을 흘렸다. 아내가 젊은 의사와 놀아나는 것을 방관했으며 그자신도 혼외정사를 벌여 사생아를 낳기도 했다. 그의 딸 갈리나는 알코올중독자이며 남편과 함께 방종한 사치에 빠져 그 시대 최고위층 부패의 상징으로 인식될 정도였다. 루바는 "삼촌의 일생은 비극과 어처구니없는 일들의 연속이었다"고 회고하고 있는데 잘생겼고 매력적이었던 브레즈네프에 대한 그녀의 영원한 애정도 피력하고 있다.
한편 이 책은 브레즈네프 체제의 약점과 부정부패, 관료주의에 대해서도가차없이 비판하고 있다. 루바 자신이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들에게 심하게 두들겨 맞아 유산까지 했다. 부패한 관료주의 체제에서 사람들은 그들이속한 위계질서에 따라 혜택을 받았으며 특권층인 노멘클라투라의 부인들은사회적 신분보다 자신들이 소유한 코트나 모피의 갯수와 질로 서로를 평가했다. 소련의 반체제 인사들에 대해 정신적 유대감을 느끼기도 했다는 루바는90년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해 살고 있다.
〈신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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