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젊은 영혼들의 저주받은 삶

신예소설가 한강씨(25)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영혼들의 삶의 존재론적 우수를 그려낸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문학과 지성사 펴냄)을 내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질주', '야간열차', '저녁빛', '진달래 능선', '어둠의 사육제', '붉은닻'등 7편의 소설 속 인물들은 한결같이 기구한 삶에서 오는 고단한 피로에젖어 있다. 원죄처럼 저주받은 삶을 사는 그들은 대체로 결손가족 출신이다.'여수의 사랑'의 자흔은 버린 자식이어서 부모를 모르고 있으며 '진달래 능선'의 황씨와 '어둠의 사육제'의 명환은 아내를 잃거나 자식이 죽는등 한결같이 세태적인 결손 가족에서 나타나는 신산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작가는 사회 현실적 인과가 아니라 존재의 피로감, 희망없음이나 좌절감이라는 인간의 깊은 정서적 상황을 드러내려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세계는 인간의 지울 수 없는 운명적 슬픔, 삶의 비애적 서정, 세계에 대한 비극적 전망이라는 이 시대에서는 좀처럼 보기힘든 고전적 낭만주의의 세계에 기반해 있다. 작가는 오정희, 신경숙, 공지영의 소설에서 나타나는 슬픈 아름다움을 그들과는 다른 차원에서 드러낸다. 그녀의 슬픈 아름다움은비속한 일상의 결핍을 안고 있는 삶의 외로움과 고단함에서 오고 있는데 운명과 죽음에 대한 갈망과 그것들과의 때이른 친화감을 키워내고 있다. 연세대 국문과 출신인 한씨는 93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시가,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돼 문단에 나왔다. 한씨는 중견소설가 한승원씨의 딸로 부녀문인으로 문단에 화제가 되고 있다.〈신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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