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영호칼럼-해방50년 한·일간의 거리

해방 50년, 한일국교 정상화 30년을 맞아 지난 반세기 동안 한일관계를 성찰해보고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회의가 한일양국에서 수없이 펼쳐졌다.필자도 많은 회의에서 일본인 참가자와 심각한 논쟁을 벌이곤 하였다.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후쿠오카와 도쿄에서 열린 회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주최측인 마이니치신문사는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 조사(일본인이한국에 호감을 느끼지않는다는 응답은 48%, 한국인이 일본에 호감을 느끼지않는다는 응답은 70%)결과를 소개하면서 우려와 함께 필자에게 소감을 물어왔다.

**경제관계 냉담한 일본

'이러한 결과의 원인을 누가 제공했는가. 일본 제국주의 아닌가. 그리고아직 과거청산도 않고 있고 과거청산도 못하는 사회속에서 재일교포는 어떤대접을 받고 있는가. 이런 분위기에서 재일한국인이나 한국에 대하여 높은호감을 갖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겠는가. 한국속담에 병주고 약준다는 말이 있는데 병을 생기게하고 호감도 조사를 한다니 그런 조사도 의미가 있는가'

일본의 저명한 모 경제평론가가 의외로 한일경제관계에 대하여 냉담했다.미국의 압력으로 엔고가 되면 일본경제는 타격을 받는데 한국경제는 득을 본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한일경제는 리듬이 전혀 달라 협력의 조건이 없지않느냐는 요지였다. 수많은 청중과TV시청자들에게 그의 발언이 줄 영향을 생각한다면 반론이 없을수가 없다.

'근본적인 것은 한국과 일본의 경제리듬이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생산리듬과 소비리듬이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닌가. 생산과 소비의 매크로(macro, 거시) 불균형이일본의 무역흑자로 나타나고 무역흑자가 엔고를 가져온것이고 그 결과로 일본의 '풀세트 산업구조'(모든 종류의 산업과 모든생산공정을 다 갖고 있는 구조) 때문에 경쟁력이 없는 산업부분은 같은 부분의 한국산업에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게된것이 아닌가. 원인과 결과를 착각하고 있지않는가'

**원인·결과 되레 오도

그러나 쉽게 물러날 그가 아니다. 그는 일본산업의 풀세트구조는 일본산업의 공동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비추어보면 어제의 이야기도 아니고 벌써 그저께 이야기라고 응수해왔다. 수긍할 수 없는 이야기다.'일본 산업의 해외생산비율은 아직 7~8%선, 그나마 핵심공정은 제외되어있고 역수입의 비율도 너무 낮아 공동화론은 엄살이다. 일본산업의 풀세트구조를 생각하면 공동화가 될수록 국제적으로 분업형이 되어서 좋고, 역수입의증가-무역흑자감소-엔고의 후퇴-생산이익의 증가와 소비자복지의 증가라는호순환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의 역습은 계속되었다. 한국의 대일무역적자는 대일경쟁력 차이에서오는것이지 일본탓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을 일본탓으로 돌리는 한국측과는 이야기가 안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하여 한국의 기업계를 대표하여 참가한 분이 적극 수긍하는 발언을 했다. 한국에서도 이제 그러한 입장을 취하지않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우리쪽에 문제가 있으므로 충분히 반성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일본의 기업계를대표하여 참가한 분이 다시 기업레벨에서의 한일협력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한국의 기업은 톱다운시스템이어서 중간관리자끼리 전문기술교류가 되지않는다든지, 생산현장노동자를 무시하고 외부에서 기술을 얻으려는 경향등을날카롭게 지적하며 이러한 현상이 극복되지않는한 대일무역적자는 해소하기어렵다고 강조했다. 필자의 발언차례가 오자 장내 분위기는 물을 끼얹듯이조용해졌다.

**산업협력 장애 산적

'한국기업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무역흑자는 기본적으로마이크로한 기업경쟁력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 매크로 수급불균형을 반영한것이다. 서구 선진국은 기본적으로 일국수준에서 대량생산을 대량소비로 흡수해주지만 일본은 그것을 국내에서 흡수해주지않고 해외로 전가시키는 무역흑자강요형구조를 갖고 있다. 19세기에 선진 영국이 후진 미국에게 무역흑자를 발생시켰고, 선진미국이 후진 일본에 무역흑자를 발생시켰고 지금은 후진중국이 미국으로부터 매년 1백억달러 이상의 무역흑자를 얻고 있다. 일본은미국의 대일무역적자가 미국의 매크로 불균형탓이라고 비판하면서 왜 한국에게는 마이크로측면만 강조하는가. 그것이 한일 양국에 엄청난 산업협력의 이익을 가로막고 있지 않는가'

이번 회의에서도 점잖게 있지못하고 싸우고 하단한 필자를 주일한국대사를비롯한 여러분들이 다가와 뜨겁게 감싸안아주었다.

〈경북대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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