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근혜씨 15대총선 출마할까

박정희전대통령의 큰딸인 근혜씨는 과연 구미시에서 15대총선에 출마할까. 출마한다면 사촌지간인 재홍씨(민자당 전국구 의원)와 준홍씨 등 '박씨패밀리'의 역학관계는 어떻게 될까.31일 민자당 한 중진의원의 이야기 한마디로 정치권에서는 갑자기 그의 출마설이 묘한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이 중진은 "박씨가 내년 총선에 아버지의 고향인 구미에서 출마, 유업을 계승키로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박씨의 정치입문설은 지난 2~3월 자민련의 창당과 전후해서도 관심사로 떠오른바 있다. 당시 박씨의 사촌형부인 김종필총재(김총재의 부인 박영옥씨가준홍씨와 남매간)와 사촌오빠인 박준홍씨 등의 권유에 박씨는 "아직 정치보다는 사회활동에 전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 때는 근혜씨 뿐만아니라 서영(근영) 지만씨 등도 영입대상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그 때와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 이 중진의 설명이다. 6.27선거 이후 김총재측의 강력한 권유가 주효했다는 것이다. 박씨의 출마를 권유하는쪽에서는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아버지의 고향인구미에서 당당하게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현정부는 과거 박대통령 시절을 부정적으로만 말하고 있다. 진실을 밝혀야 하지 않느냐"고 설득했다는 것.

박씨가 이 중진의 설명처럼 마음을 바꿨다면 자민련에서 '밉보는' 김윤환민자당사무총장 지역에 출마할 전망이다. 김총장이 김총재의 민자당 탈당을전후해 섭섭하게 했다는 것이 자민련측의 분위기다.

한편 박씨의 출마설에 대해 자민련측은 정작 강력하게 부인하는 분위기다.김총재는 31일 "근혜도 근영도 지만이도 아니야"라고 일축했다. 조용히 지내는 사람을 들먹이지 말라는 말도 했다. 한 당직자는 "저쪽(민자당)에서 불안한 지역구에 대한 우리쪽의 대응태세를 타진해 보려고 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민련의 내부 분위기도 박씨의 출마를 박정희대통령의 명예회복보다는 의석하나 더 건지려는 일부의 몰지각한 주장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인사는"괜히 식구들이 고인을 빌미로 정치에 나서면 추모, 회고 쪽으로 흐르는분위기를 오히려 반전시킬 우려도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소문을 기정사실로 해서 박씨가 총선에 나선다면 선거구가 두개인 구미에는 박대통령의 딸과 조카(박준홍씨)가 출마하게 되는 것도 자민련으로서는부담이다. 박대통령의 장조카인 민자당의 박재홍의원(14대전국구)까지 지역구에 출마하면 구미에는 박대통령 일족이 3명이나 나서게 되는 형국이 된다.이럴 경우 김윤환-박근혜, 박재홍-박준홍씨의 대결이 벌어지게 된다. 재홍씨와 준홍씨는 13대 총선에서 민정당과 신민주공화당의 후보로, 좀처럼 보기힘든 사촌간 대결을 벌인 바 있다. 그 때는 재홍씨의 승리로 끝이 났지만 이번은 상황이 다를 것이라는 것이 준홍씨 측의 계산이다. 6.27 지방선거에서나타났듯이 반민자정서에다 박대통령 추모분위기가 가장 강한 구미의 자민련바람까지 가세, 설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총재도 준홍씨를 재홍씨가 나서려는 지역에 내보낼 계산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김총재와 재홍씨의 관계는 그리원만하지 못했다고 한다.반면 준홍씨는 자형인 김총재를 잘 따랐다. 그런 개인적인 관계도 이런 구도를 형성하는데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정치권주변의 설명이다.지난 6.27 지방선거 당시 지만씨도 경북도지사로 출마한 사촌인 준홍씨 캠프를 찾아 성원했었다. 〈이동관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