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억원대에 달하는 거액의 비자금설이 한여름 금융계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전직 대통령 가운데 한 사람이 4천억원대의 가·차명 예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서석재 총무처장관의 발언으로 금융계에서는 또 다시 비실명 거액 자금의 존재여부에 대한 논란이 재개되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가·차명 예금 형태로 이같은 거액이 금융권에잠복해있을 가능성에 대해 일단 '희박'하다는 입장이 우세하다.지난 3월말 현재 전체 금융기관 예금 가운데 실명으로 전환되지 않고 남아있는가명형태의 예금 규모는 4백45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 첫째 이유다.실명으로 전환되지 않은 가명예금의 절반이 전직 대통령 가운데 한 사람의돈이라고 칠 경우 95% 이상이 차명 형태로 비자금을 은닉시켜 놓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금융계 관계자들은 일부 가명예금을 제외해도 4천억원에달하는 거액을 차명형태로 과연 금융기관에 묻어둘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은행권만 보면 신분노출을 피하기 위해 이같은 거액을 숨겨두기 위해서는수신규모가 비교적 큰 점포들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고 한 점포당 10억원씩을 예치했다면 4백개 점포에, 그리고 한 점포에 1백억원씩 맡겼다면 40개 점포에 분산 예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 점포에 1백억원씩 맡길 경우 신분노출을 피하기가 현실적으로불가능하기 때문에 최소한 수백개의 점포에 분산시켜 놓아야 하나 실제로 은행권 내에서그같은 자금이 숨어있다는 설이 나온 적은 아직 없는 상태다.이같은 점에 비추어 일부 금융권 관계자는 4천억원대의 거액을 금융기관에맡겼다면 은행 보다는 고액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단자사 등에 주로 많이분산 예치했고 나머지는 양도성예금증서(CD)와 같은 금융상품 형태로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CD의 경우 금융실명제 실시 이전까지만 해도 가명으로 얼마든지 유통이 가능했고 당시만 해도 최소 단위가 3천만원이어서 정치권의 거액 비자금 조성수단으로 가장 많이 활용됐을 것으로 추정돼 왔다.
다시 말해 문제의 전직 대통령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CD거래 계좌를 개설,비자금을 조성해 두었다가 실명제의 실시로 CD거래도 실명화되자 금융권을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또 단자사의 경우 개인이라도 수십억원 대의 거액 자금을 굴리는 사례가허다하고 단자사의 관행상 자금유치를 위해서는 개인에 대한 비밀보장이 철칙으로 돼 있어차명계좌의 예금주에 대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국내은행에 비해 개인의 금융거래 비밀이 잘 보장되는 외국은행 국내지점에 비자금을 은닉시켰을 가능성도 상정할 수 있다.
외국은행의 경우 금융실명제의역사가 우리보다 훨씬 앞서 개인의 금융거래 비밀 보장은 오래전부터 관례화돼 왔기 때문이다.
그밖에 단자사나 은행 등의 CD계좌가 차명으로 돼 있지만 이 계좌의 실제예금주가 전직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이미 포착돼 있어 이름을 빌려준 친·인척 등을 앞세워자금을 슬그머니 인출해 나갈 수 없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현 정부에 대해 협상을 제의해 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지난 93년 8월 금융실명제가 전격 실시됐을 당시 전체 금융권 예금 4백8조원 가운데 약 5%인 20조원 정도가 비실명 예금으로 추산됐고 이 가운데 가명예금액은 2조8천억원에 불과했다.
따라서 차명예금 규모는 약 17조원으로 추산됐으나 실제로 지난 3월말까지차명계좌의 실명전환액은 3조5천억원에 불과해 상당규모의 차명예금이 실명전환되지 않은 채 금융권을 빠져나갔거나 '특수한 사정'으로 아직 남아있는것으로 풀이되고있다.
바로 이같은 '특수한 사정'때문에 전직 대통령의 차명예금이 금융권에 그대로 잠복해 있고 이름을 빌려준 사람을 앞세워 인출하는 것이 어려운 상태일 가능성이높다는 것이 금융계의 분석이다.
전직 대통령의 거액 비자금설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이후 기회있을 때마다 불거져 나왔고 어떤 때는 그 규모가1조원이 넘는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실제로 재벌그룹의 상당수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 수조원 대의거액자금을 저리로 대출해 주겠다는 제의를 수차례 받았고 그때마다 이같은괴자금의 배후 세력으로 전직 대통령이 거론됐었다.
거액 자금 대출 조건으로는 대출기간이 대부분 10년이상의 장기에 금리는연 5~6% 정도의 저리이며 자금의 정체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은 채 단지현 정부의 양해를 받은 상태임을 강조하는 것 등이 특징으로 부각됐었다.어쨌든 실명제 실시 이후 끈질기게 나돌던 전직 대통령의 거액 비자금설이현직장관의 입을 통해 구체화돼 정치권과 금융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으나전직 대통령가운데 누가구체적으로 얼마를 어떻게 은닉시켜 놓았는지를 밝혀내기란 그리 쉽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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