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삐삐 음성사서함 신세대 재치박스

'안녕하세요. 누군가에게 긴 편지를 쓰고 싶을 때, 갑자기 친구가 그리울때면 절 찾아주세요'언뜻 들으면 FM음악방송 진행자의 목소리 같지만 최근 신세대들의 연락창구로 인기를 끌고 있는 삐삐음성사서함 인사말이다.

무선호출기를 통해 인사말을 전달하는 '음성사서함인사말'이 신세대의 새로운 삐삐이용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이동통신대구지사가 지난 7월 한달간 실시한 무선호출음성사서함 인사말콘테스트에는 모두 3천여명이 응모했다. 응모자의 대부분은 20대 초반의신세대 대학생.

호출을 하면 전화기를통해 흘러나오는 이 메시지의 내용들은 신세대만의기발한 아이디어로 가득해 듣는 이들로 하여금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전형적인 인사말은 '음악방송형'.

'노을이 붉게 물들고 시원한 파도가 출렁이는 맑고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 눈부신 백사장을 그대와 함께 걸어보고 싶은 젊음이 가득한 계절. 그대와 함께 걸어보고 싶으시면 지금 연락하세요'

라디오음악방송처럼 분위기 있는 배경음악을 이용, 라디오 DJ 뺨치는 분위기를 잡으면서 멘트를 남기는 유형이다.

'손가락이 간지러우신 분은 1번을, 입이 간지러우신 분은 2번을 눌러주세요' '손가락이 예쁜 분은 1번을, 목소리가 예쁜 분은 2번을 눌러주세요'와같은 음성사서함안내방송을 흉내낸 '선택형'은 주로 여학생들의 인사말에 이용되고 있다.

'세월이 변하고 구식 통신수단인 편지는 멀어져 갔습니다. 그러나 삐삐는우리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주머니에서 느껴져 오는 이 짜릿한 느낌만으로전 기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에게 이런 기쁨을 주시는 분들께 전화통화의영광을 드립니다'와 같이 삐삐를 자주 쳐 달라는 호소형도 있다.또 마치 전화를 받는 것처럼 '여보세요, 여보세요.... 말씀하세요'라는 다급한 음성을 녹음해 둬 삐삐를 친 사람이 잘못 전화를 건 것으로 착각하게만드는 유형의 인사말도 있다.

한국이동통신대구지사 이명규 과장은 "짧은 무선호출 음성인사말에서 자신들의 개성을 기발하고 재치 있게 발휘하는 것은 신세대들만의 독특한 모습이다"고 말했다. 〈이종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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