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쌀을 지원받는과정에서 인공기를 강제게양한데 이어 이번에는 쌀을 싣고 간 우리측 수송선을 억류함으로써 남북관계가 새로운 긴장국면에 빠져들고 있다.북한이 청진항에 입항한 쌀수송선 1등항해사가 항구를 촬영하는 등 '계획적인 정탐및 도발행위'를 했다고 주장하고 수송선을 억류, 귀환을 막고 있는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
이 때문에 10일 북경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3차 남북 당국자회담도 열릴 수없게됐을 뿐 아니라 대북쌀지원도 전면 중단되는 등 8·15 광복 50주년을 목전에 두고 남북관계는 커다란 암초에 부딪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북한이 지난달 31일 포항을 출항해 청진항에 입항한 '삼선비너스호'의 1등 항해사 이양천씨가 카메라로 청진항을 촬영했다며 '정탐및도발행위'로 몰아 수송선을 억류한뒤 이 사실을 우리측에 통보하면서 부터이다.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 곧바로 북한측으로부터 이같은 사실을 통보받은데 이어 연이틀같은 내용의 통보를 북한 조선삼천리총회사측으로부터 받았으나 사실여부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측 주장대로 행여이씨가 청진항을 촬영하다가 억류의 빌미를 제공했는지 여부조차 우리측 선원들에게 직접 물어볼 수 없는 상태이다.그러던 차에 북한은 3차 북경회담을 이틀앞둔 8일 전금철단장 명의의 전문을 보내 이씨가 계획적인 정탐행위를 했음을 자백했다면서 3차 접촉에도 응할 수 없다고 일방 통보함으로써 남북당국간 대화를 더이상 계속할 의사가없음을 분명히했다.
결국 동포애 차원에서 무조건적인 지원방침에 따라 시작된 대북쌀지원은인공기게양사건과 수송선 억류등 엉뚱한 사건만을 야기한채 남북간 불신의골만 더욱 깊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최근들어 남북한간에는 관계개선 전망에 암운을 드리우는 악재들이 잇따라터져나옴으로써 3차회담의 개최여부조차 불투명했던 게 사실이었다.현안인 우성호 선원의 송환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은데다 중국연변에서 활동하던 안승운목사의 납북사건이 새로 불거졌고, 고 문익환목사의 부인 박용길씨의 밀입북및 구속이 뒤따르면서 양측간 대화분위기는 급속히 냉각돼왔다.북한은 특히 김일성사망 1주기를 조문한 박씨를 구속한 것은 그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남한을 격렬히 비난하던 차에 또다시이런 사건이 터진 것이다.북한은또 오는 12일부터 개최하자고 제의한 민족통일대축전의 판문점 공동행사를우리정부가 불허한데 대해서도 비난공세를펴왔다.
통일원 당국자는 "이같은 최근 대남동향으로 볼때 북한이 우리측과 대화기조를 이어가기보다는 당장의 시급한 과제인 쌀부족을 해소하는데 주력했음이드러났다"며 "임박한 김정일정권 출범등을 앞두고 당분간 그들 내부의 필요성에 따라 대남 강경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때문에 김일성사후 1년만에 겨우 재개된 남북대화의 틀을 어떤 식으로든이어나감으로써 남북간 현안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남북관계 개선으로까지연결시켜 보려던 우리정부의 구상은 근본적인 차질이 불가피해지고 있다.정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쌀을 지원하면서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더 많다는 여론의 반발을 무마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데다 우성호사건, 안목사 납북에이어 쌀수송선 억류까지 조속히 해결해야 할 이중삼중의 부담까지 안게 됐다.
이와관련, 정부는 이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남북대표간 접촉을 제의하고필요할 경우 외교적 조치를 포함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갈 예정이나성과여부는 불투명하다.
북한이 우리측에 대해 사죄와 재발방지를 약속해줄 것과 이미 합의된 쌀지원을 계속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측은 미인도 합의분에 대한추가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송영대통일원차관은 이와관련, "이미 합의된 대로 북한에 쌀을 지원한다는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나 이번 사건이 원만히 해결될 때까지 나머지 쌀지원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함께 정부로서는 이번 사건이 가까스로 마무리된다 하더라도 받는 쪽입장에서 사사건건 문제를 일으키는 대북쌀지원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질가능성이 높아 이래저래 부담을 떠안게 될 전망이다.
특히 이들 일련의 사건과 파장으로 당초 김영삼대통령이 8·15경축사를 통해 남북관계의 일대 전환점을 마련할 '획기적이고 중대한' 대북제의를 내놓는다는 입장은 크게 바뀔 것이 불가피해졌다.
따라서 김대통령의 경축사는 광복50주년의 의미와 우리나라의 정체성 그리고 향후 남북관계등을 담는 내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인공기 게양으로 대북쌀지원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악화된터에 또다시 이번 사건이 터져 쌀지원 문제는 이제 되돌리기 어려운지경이 됐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번 사건은 국제적 관례를 완전히 무시한 우리측 항해사의 '돌출행동'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 북한측 처사를 일방적으로 비난만 할수 없다는데정부당국의 고민이 있다.
통일원 관계자는 이와관련, "국제관례가 상대측 항구에 들어가면 허용된곳외에서는 사진촬영을 못하게 돼있다"면서 "이를 무시해 발생한 일이라면우리측 잘못을인정할 수밖에 없으나 어떻든 남북대표접촉을 통해 풀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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