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교육부는 '선복수지원 후추첨배정'방식의 중고등학교 '선택입학제'의 내년 도입을 보류하고, 시범실시를 거쳐 시도교육감 재량에 맡기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러나 언론은 전직대통령의 4천억원 비자금설에 흥분하여 이를 뒷전으로 밀쳐놓았다.구정치세력들이 12·12와 5·18에서 항명과 반란의 죄를 범하고도 이미 면죄부를 받은 판에 정치비자금의 문제에 무어 그리 새삼스레 기대할 게 있다고, 수백만학생과 학부모들이 가슴조이는 입시제도의 갑작스런 변경소식은뒷전으로 밀려나야 하는가. 일년이 넘도록 끌어오던 교육개혁안이 우여곡절끝에 발표된 것이 지난 5월말인데 불과 두달 남짓만에 뒤집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신한국창조니 국가경쟁력의 제고니 하면서 온갖 명분을 붙여 거창하게발표된 교육개혁안이 시작부터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아간 진짜 이유가 궁금하다.
**발표 두달만에 후퇴**
통학거리의 문제로 학부모들의 반대가 심하다는 이유로 교육감들이 거부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어떤 학부모들이 왜 반대하는지가 분명하지 않다. 과거에는 학부모들의 시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밀고나가던 교육당국이 그동안언론에서도 들리지 않던 얘기를 갑자기 이유로 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혹시 엄청난 집값을 치르고 소위 8학군이라는 곳으로 이사한 사람들이 다른학군에서 들어올 아이들 때문에 기득권을 잃을까봐 힘을 쓴게 아닐까 하는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거기에 편승하여 교육의 본질보다 명문대 입학률로써 실적을 내세우려는 지방교육관료들의 욕심이 우리교육을 더욱 수렁으로몰고가는 것은 아닐까.
민주사회로의 변화와 행정개혁의 바람에 가장 둔감한 것이 바로 우리의 교육행정이다. 서울대 합격률 경쟁에서 상위권에 드는 것이 지방교육의 지상과제가 되었고, 우열반 편성에서 밀린 고등학생이 자살까지 하고 있지만 변하는 것이 없다. 다음에 내 아이가 그렇게되더라도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그아이나 가정의 탓으로만 돌리고 말 것인가.
**변화없는 교육행정**
얼마전 춘천고 1학년생이 동물같은 학교생활을 헌법재판소에 제소하기 위한 절차를 밟는다는 소식이 있었다. 그에 대한 학교당국의 답변은, 현재의여건상 학생들을 명문대에 보내려면 그럴 수밖에없고 다른 학교는 그보다더하며 학부모들도 원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교육위원의 선출방식을 주민직선이 아닌 이중간선제로 하고 현직교사들의입후보를 막았으니, 결국 퇴직한 지방교육관료들끼리 모인 교육위원회가 추대한 교육감은 이제 교육부의 통제도 받지 않고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교사들의 견제도 없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게 되고 말았으니 도대체 대책이안서는 노릇이다.
교육이란 아이들이 인간적으로 성장발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며, 그것은어른들의 권한 이전에 아이들의 인권이다. 과연 교육당국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학생들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위협하고 인간적 존엄성을묵살하는 입시지상주의의 현행 학교교육을 진정 아이들을 위한 교육으로 개혁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아직도 작고, 돈바람 치맛바람에 편승한일부 학부모들과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는 교육관료들의목소리만 여전히 높다.
**'최소권이' 보장해야**
이런 와중에 당연히 도입되어야할 학교운영위원회제도도 애매한 상태다.선진국 어디서도 교육현장의 교사가 아닌 학부모를 절대다수로 구성하는 경우는 없으며, 자신을 위한 교육에 대해 발언권을 당연히 가져야할 학생들을전적으로 배제하는 예도 없다. 교사회나 학부모회로부터 선출되는 것도 아니고, 의결권이라고는 학교운영기금에 관한 사항뿐인 학교운영위원회란 무엇을의미하겠는가?
최소한이나마 학생들의 학교선택권과 학부모들의 학교참가권을 보장하려는취지에서 내년부터 시행하려던 제도들이 시작부터 비틀거리고 있다. 시들어가는 아이들을 아직도 더 지켜봐야지만 개혁의 보완인지 개혁의 후퇴인지를알겠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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