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톤급 태풍의 위력으로 하한정국을 강타한 '전직 대통령의 4천억원 비실명자금 보유설'은 검찰 조사결과 첫번째 발설자부터 12번째 발설자인 서석재 전총무처 장관까지 1년여동안 전달되면서 부풀려지고 와전된 것으로 밝혀짐으로써 엄청난 후유증만 남긴 채 조만간 소멸될 것으로 보인다.검찰은 10일 "최초 발설자 또는 비실명 예금 소유자로 추정되는 이창수씨(43·호텔경영)의 예금계좌에 대한 추적작업을 벌이겠다"고 밝혀 당초 예상됐던 '전직 대통령중 한 사람'이 조사 선상에서 완전히 배제됐음을 확실히했다.검찰은 또 4천억원설의 전달경로에 등장하는 12명의 진술 내용을 공개, 당초 액수가 특정되지 않은 비실명자금이 4천억원으로 '뻥튀기'된 경위와 절반국가 헌납설, 자금 소유주에 대한 엇갈린 추정등을 설명한 뒤 이례적으로 취재진에게 "등장인물들을 모두 만나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검찰 스스로도 조사결과 드러난 '해프닝'을 설명하기 민망스럽기도 하지만'더이상 의혹이 없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셈이다.
지난 3월까지 모은행 압구정동 지점에 근무하던 이재도씨(35·무직)가 이창수씨(43·성남시 분당구 야탑동)로부터 "실명전환하지 못한 자금이 있는데어떻게 하면 자금출처조사를 받지 않고 실명화할 수 있겠느냐"며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이 적힌 메모지를 받은 것은 지난해 7월초.
이재도씨는 곧바로 이창수씨의신분을 밝히지 않은채 친구인 김종환씨(42·외국회사의 한국주재원)에게 이씨의 부탁내용과 함께 메모지를 전달했다.김씨는 이어 삼일로 부근의 다방에서 만난 브로커 양춘화씨(51·무직)에게이재도씨의 말을 전하며 "혹시 이창수라는 사람을 아느냐"고 물었고 이에 양씨가 "이창수는 카지노 업계의 대부 전낙원씨의 경리부장이며 소문에는 전씨가 해외로 나갈 때 1천억원 가량의 돈을 이씨에게 맡겨 놓았다더라"고 대답,'1천억원'과 '카지노'라는 말이 처음 등장하게 됐다.
김씨는 비자금의 액수를 1천억원으로 특정, 이창수씨의 메모지와 함께 박영철씨(43·무직)에게 전했고 "함께 만나서 얘기해보자"는 박씨의 제안에 따라 7월말께 김씨와 이재도씨, 이창수씨등 4명이 삼일로 부근의 한 당구장에서 만나 거액의 비실명자금의 실명화 방안을 논의했다.
검찰은 이들 4명이 만난 자리에서 서로가 암묵적으로 알고 있다는 듯 액수에 대한 말은 오가지 않았으며 단지 김씨가 이창수씨에게 "실명화에 성공하면 사례비를 줘야 한다"고 제의했으나 이씨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고밝혔다.
94년 8월 초 박씨는 친구의 선배인 김서화씨(51·장산기공대표)에게 이창수씨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적힌 메모지와 함께 "카지노 대부 전낙원씨의비실명자금 1천억원을 실명화해주면 사례하겠다더라"고 전했다.김씨를 거친 이씨의 메모지와 발언내용은 며칠 뒤 양재호씨(49·미래로 이사)에게 전달됐고 양씨는 4개월뒤인 지난해 12월 중순 처사촌 동서인 이종옥씨(45·부일통상대표)에게 전달됐다.
이씨는 며칠 뒤 사업상 알고지내는 이태원 국제상가연합회 사무장 이삼준씨(54)에게 전했고 그는 지난 5월초 동서인 이우채씨(55·한약건재상)에게전했다.
검찰조사결과 이삼준씨는 동서이씨에게 메모를 전달하면서 앞 사람의 말에다 '돈을 실명화하려면 절반정도 국가에 헌납해야 자금추적을 피할 수 있다'는 시중의 루머를 자의적으로 덧붙여 '자금추적 면탈 조건의 절반 국가헌납'이라는 말이 최초로 등장하게 된 것.
한편 이우채씨는 배드민턴 연합회 관계로 알고 지내던 송석린씨(62)에게동서의 말을 전하면서 '이름을 알 수 없는 카지노 대부'를 '슬롯머신 대부'로 착각해 전달하는 바람에 전낙원씨와 정덕진씨가 이때부터 뒤바뀌어 전달되게 됐다.
5월 중순께 송씨의 말을 전달받은 김일창씨(55·음식점 경영)는 7월초 70년대부터 알고 지내던 서석재 전장관을 찾아가 △1천억원을 4천억원으로 △정덕진씨의 경리부장 이창수씨를 전경환씨의 측근인 이창수씨로 각색 또는왜곡해 전달했다.
검찰은 김씨가 4천억원으로 부풀린데 대해서는 송씨의 1천억원과 일치하지않아 대질신문까지 벌였으나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확인할 수 없었으며 서전장관에게 전경환씨를 거론한 데 대해서는 송씨가 전씨와 배드민턴 협회일로 일주일에 서너번씩 만날 정도로 친하다는 데서 차마 슬롯머신업자의 돈이라고 말할 수 없어 '5공 권력의 핵심측근'이라고 거짓말을 했다는 자백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8월1일의 식사모임에서 1년동안 12명을 거치면서 부풀려진데다 김씨가 거짓말까지 했다는 사실을 모른체 '4천억원설'을 섣불리 믿은 서 전장관이 "전직 대통령중 한사람의 대리인이 4천억원의 비실명자금으로 고심중인데 2천억원을 국가에 헌납하면 자금추적을 받지 않을 수 없느냐고 문의해왔다"고발설, 걷잡을 수 없는 파문으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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