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기여자 기술학원 화재-주동자 14명 신병확보 수사

비뚤어진 심성을 지닌원생들의 어처구니없는 방화로 한밤중 기숙사 건물이 순식간에 연옥으로 변했다. 뒤늦게 참사소식을 듣고 현장에 달려온 원생가족들은 잿더미로 변한 채 끔직한 모습을 드러내 놓고있는 숙소 앞에서 할말을 잊었다.◇방화=이날 오전 2시10분께 기숙사 1층과 2층의 원생들이 기거하는 방6~7곳에서 동시에 불길이 치솟으며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졌다.불이 나기 30여분전쯤 2층 사감방에서 잠자고 있던 사감 박영희씨(56·여)는 갑자기 들이닥친 원생 3~4명에게 이불로 덮어씌워진 채 집단 구타당했다.박씨는 30여분뒤 유리창 깨지는 소리와 함께 자신을 폭행하던 원생들이 밖으로 빠져나가 뒤따라 나가보니 방마다 불을 지른 듯 여러개 방에서 화염이치솟고 있었다고 말했다.

◇진화·구조=불이 나자 용인소방서와 수원소방서 소속 소방차가 출동,진화작업에 나섰으며 119구조대원들의 구조활동이 시작됐다.

그러나 담요 등이 불에 타면서 유독가스가 심하게 발생한데다 출입문과 비상구등이 모두 안으로 잠겨 있고 창문마다 쇠창살로 가려져 있어 구조와 진화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수사=경찰은 기숙사 내부구조상 불이 일시에 여러개 방으로 옮겨붙기는어려운 점으로 미뤄 교육생들이 공모해 각 방별로 한꺼번에 불을 지른 것이아닌가 보고이 학원에 남아있는 교육생 78명을 상대로 주모자를 찾고 있다.경찰은 원생들이 비인간적인 수감생활에 불만을 품고 탈주하기 위해 범행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기여자기술학원은 그동안 구타 등 비인간적인 대우문제로 원생들과의 마찰이 계속돼 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해 1월18일에도 이같은 문제에 불만을 품은 원생2명이 기숙사 안에 불을 지르고 탈주하기도 했다.경찰은 사상자와 잔류자를 제외하고 7명 정도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배은미씨(26·서울시 동대문구 장안동) 등 방화 주동자 14명의 신병을 확보,조사하고 있다.

◇경기여자기술학원=불이 난 경기여자기술학원은 윤락행위 방지법 등에 의해 적발된 윤락여성들을 보호선도하고 자립능력을 키워 건전한 사회인으로복귀시키기위해 경기도가 위탁운영하는 기관으로 지난 62년 5월 국립부녀보호소를 도가 인수, 66년 9월 지금의 이름으로 개칭했다.

용인군 구성면 마북리 431 대지 1만1천4백83평에 지하1층 지상 2층 연면적1천6백92평의 기숙사와 본관 등 2개동으로 이루어진 학원에는 현재 1백38명의 원생이 미용과 양재 기계자수 등 6개과목의 직업교육을 받고 있다.경기도는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사업소 형태로직접 운영하던 이 학원을83년 1월 대한예수교 장로회총회 자선사업재단에 넘겨 위탁운영해오고 있으며 지난해 11억3천만원을 보조하는 등 매년 운영비를 보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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