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의 푸른나무(208)-제8장 강은 산을 껴안고(1)

한낮이다. 맑고 시원한 날씨다.왜 이렇게 늦는지 모르겠다며 순옥이가 보챈다. 순옥이는 화장을 곱게 했다. 생머리를 뒤로 묶었다. 단풍무늬 원피스를 입었다. 나는 책상 위의 선물꾸러미를 본다. 채리누나가 사준 옷 상자다. 전기밥솥 상자도 있다."성수기라 렌트카가 동이났나 봐. 그럼 어떡하지? 버스표인들 있을려구.쌍침오빠가 자기 차 내주면 될텐데. 고향에도 안간다면서"

순옥이가 쫑알거린다. 화장내가 코를 쏜다. 아카시아 향기다. 인희엄마도그런 향수를 썼다. 향수는 가짜 향기라고 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목이 갑갑하다. 난생 처음으로 넥타이를 매봤다. 순옥이가 사준 넥타이다. 목에 매어주기까지 했다. 넥타이 매듭을 늦추려 한다. 당기니 오히려 목이 졸린다. 고리 양쪽을 당겨 구멍을 넓힌다. 와이셔츠와 양복도 처음 입어본다. 채리누나가 백화점에서 세일로 사준 옷이다.

계단으로 뛰어 오르는 소리가 들린다. 람보가 열린 철문으로 올라온다."형, 밑에 차가 와있어요"

람보가 내게 말한다.

"오빠, 가요"

순옥이가 핸드백과 전자밥통 상자를 든다. 나는 할머니 옷이 든 상자를 든다. 우리는 옥상을 떠난다.

"번호판 바꿔다느라 늦었죠"

람보가 계단을 내려가며 말한다.

"번호판 바꿔달다니?" 순옥이가 묻는다. "날치기 한 차로군. 그러다 잡히면 어쩔려구 그래? 우릴 기다리게 해놓구"

"잡히다니. 우리가 기똥차게 빼돌렸는걸요. 온주에서 여기까지 드라이브잘했죠. 성능 좋고, 기름 만당꼬고"

람보가 자랑스레 말한다.

남쪽 항구에서 종성시로 올 때가 생각난다. 쌍침형은 먼저 떠났다. 기요가승용차로 떠나자고 말했다. 시장통 길가에 주차된 차를 살폈다. 시동이 걸린채 서있는 승용차를 발견했다. 기요가 그 차 임자를 찾았다. "삼구오칠번 주인 없소? 차 좀 빼주시오!" 기요가 차 주위를 돌며 큰 소리로 외쳤다. 차 임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짱구가 재빨리 임자 없는 차에 올랐다. 기요가 나를뒷좌석에 밀어 넣었다. 기요도 탔다. 잠시 뒤, 킹콩과 합죽이가 합류했다.우리 다섯은 그 차를 타고 종성시로 왔다. 훔친 차는 종성시 중고차매매소에팔아 넘겼다.

국시집 앞에 승용차가 있다. 쥐색 중형차다. 빠가가 차 옆에 서 있다. 짱구는 운전석에 앉아있다. 검정 점퍼에 선글라스를 꼈다. 짱구가, 어서 타라고 말한다. 순옥이와 나는 뒷자리에 탄다.

"형, 잘 다녀오세요"

새끼 둘이 절을 한다. 차가 큰길로 빠져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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