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련국민들에게 듣고 보고 말하기조차 싫어함은 물론 '꿈에서도 그리고나중에 죽어서도' 생각하고 싶지않은 공포의 존재가 바로 국가보안위원회(KGB)였다. 그만큼 KGB는 국민들의 침실까지 감시할 정도로 악명을 떨친 굴래였다.KGB본부를 가리키는 크렘린궁인근의 노란색건물 루비앙카 주변은 지나치고싶지도 않은 거리로 유명했다.
구소련비밀경찰조직으로 역사상 유례없을 정도로 방대하고 막강한 권력을전횡했던 KGB는 한때 70만명에 이르는 요원들을 거느린 세계최대정보조직이었다.
지난53년3월 창설돼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정책을 추진한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91년10월 해체할 때까지 소련국민을 감시해왔던KGB.
한해 22조원의 예산을주무르며 권력창출과 국가권력에 방해되는 모든 요소들을 원하는대로 요리한 KGB의 역사는 과거 제정러시아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제정러시아시절 비밀경찰조직이었던 '오크리나'의 뒤를 이어 1917년10월볼셰비키혁명으로 레닌이 권력을 잡자 '체카'가 탄생됐다.
'혁명에 빛나는 칼'이란 의미의 체카는 '반혁명및 태업진압을 위한 전러시아비상위원회'의 준말로 초대장관에 페릭스 체르진스키가 맡아 '공산주의지상낙원건설'에 방해되는 모든 세력들을 무차별 제거하며 악명을 떨쳤다.체카의 공포정치로 내외의 여론을 의식,한때 게페우(GPU)등으로 이름을 바꾸기도 했으나 국가권력보호명목하의 처형과 불법체포,구금 등의 악행은 계속됐다.
이조직은 다시 53년 스탈린사망과 함께 창설된 KGB로 되살아났으며 흐루시초프는 스탈린시대의 무자비했던전횡을 '법테두리속'으로 제한하려 하기도했다.
소련공산당중앙위원회정치국통제하에 둔 KGB는 정보와 첩보및 보안은 물론수사,공작,국경경비등 국내외업무를 총망라한 종합기능의 정보경찰기관이었다.
소련의 모든 기관에 요원이 배치돼 감시감독을 펼쳤던 KGB는 의장-부의장-제1부의장직제아래 해외공작전문의 제1총국과 국내공작및 보안이 주무인 제2총국등 8개주요총국과 그밖의 국-처-부등 지원부서로 구성됐다.제1.2총국이외에 군과방첩업무의 제3총국,정치사찰의 제5총국,감사와 전자통신주무의 제7총국과 제8총국,경비의 제9총국,24만의 병력을 가진 국경경비총국등이 있었다.
이중 가장 중요한 제1총국은 1만3천여명요원에 산하S국을 비롯,T국,K국,RI국,A국,C국,R국과 7개지역이 배치됐다.
7개지역국중 한국등 극동지역국가는 제7국에서 담당했으며 그밖에 미국과캐나다(제1국)를 비롯한 전세계를 나머지 6개국이 관장하도록 했다.KGB는 국방성산하의 소련군참모본부정보총국(GRU)과 함께 견제하며 공산당체제를 유지하고 정권안정에 기여한 것을 가장 큰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국민들 상호간의 불신을 조장하고 감시를 늦추지 않으려 주민5명당 1명꼴로 KGB에 협력토록 하며 국민들을 극도의 상황속으로 몰아넣었던 것이었다.13만명요원의미국중앙정보국(CIA)과 연방범죄수사국(FBI)및 국가안보국(NSA)은 물론 대통령경호실등을 합친 것보다 더한 KGB의 역할은 무한대였던것이다.
또 목적을 위해서는 매수.납치와 미인계,마약주입,공작등 모든 방법이 동원됐으며 이들의 함정에 빠진뒤 탈출은 '죽음'을 무릅쓰지 않으면 안될 정도였다.
KGB의 권한은창설이래로 변함없이 강했지만 특히 지난67년 의장으로 취임,15년간 장수를 누리다 1982년 소련최고권력인 공산당서기에까지 오른 유리 안드로포프의 경우는 최절정이었다.
KGB출신으로 최초의 서기장이 된 안드로포프이후 지난85년 고르바초프가집권하면서 KGB도 서서히 변화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고르바초프에 의해 임명된 블라디미르 크류치코프KGB의장이 나중에 개방과개혁정책에 불만을 품고 고르비축출을 노리다 오히려 체포되면서 KGB는 격변을 눈앞에 두게 됐다.
크류치코프는 처음 고르비정책에 발맞춰 변화된 KGB위상을 정립하려 89년에 유례없이 소련외무성서 '오늘의 KGB'란 다큐물에 대한 시사회를 가지기도했다.
그러나 크류치코프는 그뒤 체포되고 후임에 바딤 바카틴이 임명됐으며 결국 고르비는 91년8월 구시대산물인 KGB를 해체하는 법령을 공포하고 말았다.창설40년을 눈앞에 두고 91년10월에 해체된 KGB의 수십만 요원들은 국방성소속으로 입장이 바뀌는등 KGB는 악명만 남기고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이다.91년12월 구소련연방해체와 함께 독립한 러시아연방의 옐친초대대통령에의해 KGB는 또다른 이름으로 탄생했지만 옛명성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국내활동을 담당하는 러시아연방방첩부(FSK:나중에 다시 러시아연방안전부FSB로 명칭변경됨)와 해외업무를 맡는 연방해외정보국으로 분리된 것이다.올들어 러시아에서는 분리된 이들부서의 역할에 대한 의문과 함께 약화된기능강화를 위한 KGB의 부활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기도 하지만 KGB에 대한악몽때문에 쉽게 부활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정인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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