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일본과 광복50주년

8월 한달은 내내 감격으로 지새웠다. 광복 50주년의 갖가지 행사들, 그 어느하나 감격적이지 아니한 것이 없었다. 백범 김구의 이야기도 좋았고, 세계적인 명성을 드날리는 우리의 천재들 장영주, 정경화, 김영욱, 정명훈, 조수미를 안방에서 만나는 여유와 즐거움은 내내 간직하고 싶은 것이었다.그런데 그 응어리진 50년의 대상인 일본은 우리들에게 무엇인가. 그저 우리끼리 "일본은 있다, 없다."는 식으로 그야말로 치졸한 원론적인 이야기나내뱉을 대상인가. 우리가 지금 "있다, 없다"하면서 난리를 피우는 일본에 대해 우리 선조들은 너무나 덤덤했던 것 같다. 일본에 대한 삼국사기의 초반기록은 난폭하고 잔인하기 짝이 없는 왜(왜)의 이야기만 남기고 있다.그런데 그무렵의 일본측의 기록은 풍부하기 짝이 없다. 신라와 백제를 일본이 정복하고, 심지어 그당시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수, 당과 맞서던 고구려까지 일본에 조공하고 굽신거렸다는 식의 이야기가 적힌 책이 일본에는 그대로 남아 있다.그 책이 현해탄을 마주보고 있는 두나라의 역사학자들에게 어떤 사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는 모르겠다.그러나 문제는 역사학자들이 아닌 일반 시민들, 정치가, 기업가들의 사고와 의식이다.

현해탄 이쪽 사람들에게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저쪽에서는 역사적 사실로서 남김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한국땅은 그 옛날 옛적에 이미 일본의 식민지였고, 오랫동안 한국은 일본에 조공을 바쳤는데 근세에 이르러 불손하게 맞먹으려 하므로 정벌을 할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일본인의 의식이다. 그렇다면 광복50년, 우리가 중앙청 뾰족탑을 잘라내고 희희낙락할 일이 아니잖는가. 독립기념관은 빗물이 새고 있는데 말이다.〈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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