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북한 수해의 지원방법

북한문제에 관한 한 우리는 좀더 냉철해 질 필요가 있다. 우리정부는 북한을 상대할때마다 '통일'이란 대전제를 염두에 두고 '연민의 정'내지 '낭만기'를 앞세워 일을 처리했기 때문에 번번이 봉변을 당하거나 돌이킬 수 없는실수를 저질러 왔다.북한은 지난 7월과 8월 집중호우로 인한 심각한 수해를 입고 유엔을 비롯한 세계 여러나라와 민간단체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으나 같은 민족이자 누구보다 가까운 우리에겐 공식요청을 피하고 북경채널을 통해 은근한 지원요구를 해 온 정도이다. 유엔인도국 재난평가팀의 조사보고에 의하면 '북한지역의 피해범위는 75%에 달한다는 북측 주장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겨울이 오기전까지 50만 이재민에게 1천5백만달러상당의 긴급 구호가 지원되지 않으면최악의 상황이 벌어질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도 북한은 우리에게 공식지원요청을 하지 않고 있을뿐더러 옥수수죽으로 끼니를 떼우고 있는 주민을 윽박지르며 버틸때까지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북한지역에는 수재의 후유증으로 콜레라.이질등 각종 전염병이창궐하고 있으나 치료의약품의 태부족으로 인명희생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있다는 소식이다. 북한당국은 체면이상의 정치적인 어떤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우리에게 동정이 우러날수 있는 솔직한 마음을 보여주지 않은채 우리가먼저 구호의 손길을 뻗어 가도록 기다리고 있는것 같다.

대북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통일원의 나웅배부총리는 '북한의 공식요청이없으면 북한의 수해지원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여러차례 밝혔지만 최근 유엔이 발빠르게 움직이자 태도를 바꿔 대규모 지원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적십자사는 13일 인도적인 입장을 천명하며 5만달러규모의 현금이나구호물자를 지원할 의사를 밝혔으며 북한이 원한다면 의료팀까지 제공할 수있다고 했다.

북한의 권력자들이 그동안 우리에게 저질러온 행동 즉 쌀배의 인공기게양,우성호 선원납치, 쌀수송선 억류등을 생각하면 수재를 지원해줄 필요가 없다. 그러나 권력자들 밑에서 굶고 헐벗고 있는 북한동포를 기억하면 도움의손길을 잠시라도 지체할 수가 없다.

지난달 29일부터 9일간 북한의수해실태를 살피고 온 유엔이 이번 주말쯤우리정부에 공식지원요청을 해올 것으로 보인다. 또 오는 27일 북경에서 열리는 제2차 남북간 쌀회담에서도 수해지원문제가 공식의제로 상정되리라 한다. 두가지 채널을 타고 대북지원요청이 온다고 해서 '동포애'니 '인도적 차원'을 들먹여 가며 흥분해선 안된다. 쌀줄때의 실수가 수해지원에까지 연결되면 안된다. 대북정책을 수행할땐 감성보다는 이성이 지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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