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언어로본 북한-'코너킥'은 '모서리뽈 스포츠용어 고유어로

"좌익수 문전박두하여 좌족으로 강축한데, 문수 구를 포획하지 못하야 일점을 실하얏도다". 이는 어느 코메디 속에 나오는 조선시대 축구 중계방송의한 대목이다. 외국어 축구 용어가 모두 한자어로 바뀌었다.북한 주민들도 스포츠를 매우 좋아한다. 특히 그들의 국기인 축구는 많은주민들이 열광적으로 시합을 관전하는 인기 구기종목이다. 몇해 전 평양 능라도 경기장에서 벌인 남북 대결의 중계현장이 연상될 것이다. 북한의 스포츠는 그들의 호전성과 어울려 연마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어릴때부터 군대놀이, 전투놀이 등의 군사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제 시합에서 이렇다 할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은북의 약한 국력 탓이라 여겨진다.북한의 스포츠 용어는 소위 '말다듬기 운동'의 대상이 되어 고유어로 많이다듬어졌다. 60년대 이 운동은 내각 직속으로 국어사정위원회, 사회과학원을두고 언어학 연구소 산하 전문용어 18개 분과위원회를 구성하여 대대적으로전개되었다. 그중 스포츠에 관한 것은 체육용어 분과위원회에서 다뤄졌는데대체로 영어로 된 용어를 순수한 우리말로 바꾸는 작업이었다.다듬어진 축구 용어를 살펴보면, 우선 선수의 역할 위치에 따라 '문지기'(골키퍼), '왼쪽방어수'(레프트풀백), '오른쪽방어수'(라이트풀백), '중앙방어수'(센터하프), '왼쪽공격수'(레프트윙), '오른쪽공격수'(라이트윙), '중앙공격수'(센터포드)등이 있고, 경기규칙에 따라 '구석공차기', '모서리뽈'(코너킥), '오른쪽 구석차기', '왼쪽구석차기', '손다치기반칙'(핸들링),'11메터발차기'(페널티킥), '머리받기'(헤딩), '중앙으로 꺾어차기'(센터링), '긴연락'(롱패스)등이 있다. 이밖에도 '문대'(골포스트), '문가름대','문금'(골라인), '꼴문그물'(골네트), '문선바깥'등이 쓰이고 있다.배구 용어로는 '쳐넣기'(서브), '자리바꾸기', '돌기'(로테이션), '살짝쳐넣기'(연타), '강한 쳐넣기'(스파이크), '배구그물'(네트), '네번치기반칙'(오버타임), '그물다치기반칙'(네트터치), '금밟기반칙'(라인크로스)등이 나온다.

대부분이 고유어로 다듬어진 것으로 서두에 보인 조선시대 한자어와 비교된다. 흠이라면 음절이 너무 질어져 비경제적이라는 점이다.〈경북대교수·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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