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발표에 따르면 그동안 미확인 보도로만 나돌던 북한의 수해가 짐작이상으로 심각한 듯하다. 이례적으로 현장을 세계에 공개하고 구호를 요청하는 북한의 태도도 사태가 심각함을 잘 말해주고 있다.정부는 북한의 수해구호를 위해 일차적으로 5만달러, 우리돈으로 4천만원어치 정도의 물품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민간차원의 원조는 허용하면서도 대기업의 지원이나 매스컴에 의한 대규모 구호성금모금은 자제를요청했다. 큰돈 될만한 길은 다 막아버린 셈이다.
**대북지원 인심 표변**
그동안 국제관계 특히 북방외교라면 몇억원이 아니라 몇억달러도 눈한번깜짝않고 여기저기 퍼대던 정부였다. 대북관계에서도 줄잡아 천억원어치가넘는 쌀을 선뜻 북한에 내놓고 더 필요하면 수입해서라도 지원하겠다고 나선게 아직 석달이 못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겨우몇백만 달러를 책정했다가 그것도 많다고 당·정의불화까지 드러내며 인색을 부리고 있다. 단 몇달 사이에 인심이 사나워져도이만저만 사나워진게 아니다.
돌이켜보면 정부의 그같은 표변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아니다. 가만히 앉아 15만t의 쌀을 얻어먹으면서도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가 뛰듯'일본이주니까 남한도 덩달아 주겠다고 나서서 받았을 뿐이라고 외국언론에 떠벌린다든가. 쌀싣고 간 선원이 사진 몇장 찍었다고 간첩으로 몰아 억류하는 따위그동안 북한은 여러번 사람 허파 뒤집는 일을 했다.
솔직히 말히 무슨놈의 간첩이 배위에서 남 다 보는데 항구 사진을 찍으며,찍는다 한들 그게 무슨 대단한 정보가 될 것인가. 스물네시간 지구를 도는첩보위성에서 받으면 그보다 훨씬 상세하고, 범위넓게 청진항을 파악할 수있는데 그렇게 어리숙한 간첩에게 그토록 시원찮은 장비를 주어 보내는 정부가 어디 있겠는가.
**미덥잖은 정부결정**
아마도 그런 떠벌임이나 생트집은 아직 견딜만하다는 북한의 여유를 과장한 것으로 보면 거의 틀림없을 것이다. 만약 북한의 관료들이 한달뒤에 닥칠재난을 조금이라도 예상했더라면 그렇게까지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바로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허세였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과연 한치 앞을 내다보며 대처하고 있는가.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그 정치를 논하지 말라(부재기위 부모기정)했지만 정부의 이번 결정에는 아무래도 미덥잖은 구석이 많다.
지금은 아직 멈칫거리고 있지만 일본이 갑자기 팔걷어 나서고 미국도 덩달아 선심정책으로 돌아서는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이 몇백만 혹은 몇천만달러씩 북한에 퍼댈 경우 정부의 입장은 매우 난처해질 것이다.
느닷없는 인색으로 아꼈던 돈의 몇배를 싸들고 가서 우리것도 받아달라고사정하게 되는 것도 한심하지만 정책의 일관성 유지를 위해 끝내 북한의 재난을 못본척하게 되면 더욱 고약해진다. 다른 민족들도 이렇게 도우는데 피를 나눈 동족끼리 이럴 수 있느냐 라는 간단한 논리만으로도 남북관계의 경색에 좋은 구실을 삼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2천만 북한동포의 뼛속깊이 남한에 대한 원한을 새겨넣을 수 있다.
**국가대계 우선돼야**
세계가 공동으로 보조를 맞추어 북한의 재난을 외면하는 경우라도 어려움은 남는다. 정부가 태도를 바꾼다 해도 이번이 워낙 적은 액수라 또 구설수에 오를 만큼 표변하지 않으면 북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고, 지금의태도를 견지한다면 더 큰 위험부담을 감수해야할 것이다. 재난의 정도가 자력으로는 재기하기 어려운 것이라면 북한은 그 타개책을 가장 가깝고 만만한남한에서 구할 것이고 자력으로 재기할 수 있는 것일 때는 이번의 비정을 원한으로 바꾸어 남북관계의 오랜 경색으로 표현할 것이기 때문이다.그러기에 지나침은 모자람과 마찬가지로 병이라 했다. 이미 지나간 일은어쩔 수 없거니와 이제라도 한치 앞 쯤은 내다보는 정부가 되었으면 한다.악화된 보수층의 대북감정에 영합해 인기를 만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국가 대계가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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