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정책결정 혼선 막아야

정부·여당의 정책결정과정이 합당한 절차를 거치지않아 잦은 당정의 마찰과 함께 국정의 혼선을 가져오는 최근의 사태는 심상치않은 일이다. 이같은정책 혼선이 거듭되면 국정에 대한 신뢰의 실추는 말할것도 없고 국민과 국가이익에 큰 손실을 가져올 우려마저 없지않다.금융실명제와 관련, 종합과세되는 금융소득의 범위를 둘러싼 당정의 갈등이 정부의 첫 발표만 믿고 투자결정을 한 많은 국민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후유증을 남기고 있는 판에 신도시건설, 북한수재지원문제로 또 갈등을 빚고있는 것이다. 금융상품의 종합과세는 정부·여당의 정책결정과정이 이토록허술하고 갈팡질팡하는지 놀라움을 감출 수 없게 한다. 당초 당정이 합의한내용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뒤엎자 여당이 이에 강력 반발함으로써 급조된 타협안이 채택된 것은 합리적 정책결정과정이라할 수 없다.

정책협의가 표류하는 동안 여당의 주요간부가 정부측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즉흥적 세법개정안이 마련되는 모습은 국정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린것이다. 또 같은 정부안에서 건교부가 발표한 신도시안을 청와대수석비서가 이를 뒤집고 북한수재지원을 놓고 당정이 이견을 노출하면서 여당이 강한반발을 보이는것도 국정의 공동책임을 진 정부여당의 팀워크에 문제가 생긴것같은 인상을 준다.

물론 정책결정과정에선 정부부처간에도 다른 목소리가 나올수 있고 당정간에도 이견이 대립될 수 있다. 민주적 협의과정일수록 이견을 조율하는 토론의 소리가 더 시끄러울 수 있다. 정책결정과정에서 거를 것은 충분히 걸러야더욱 하자없는 정책이 마련될 수 있다. 그런뜻에서 정부부처나 정부·여당간의 견해가 엇갈리는 것은 일사불란한 정책결정보다 더욱 바람직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의 정책결정과정의 마찰과 난조는 그같은 정상협의과정을 이탈한 것이다. 대통령을 최고정점으로 당과 정부의 협의를 거쳐 정책을 결정한다면 세법개정안은 두차례나 당정협의를 거치면서 번복을 거듭한 것이었다.또 신도시 건설 발표도 당정협의는 고사하고 청와대 비서실과도 협의치 않은내용을 장관이 한건하는 식으로 발표했다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결국 이같은 정책결정과정과 발표의 혼란은 김영삼대통령의 정책결정과 관련한지도력 결핍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집권후반기에 권력누수의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정책결정에 따른 지도력 빈곤이 노출된다면 국정운영에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같은 정책협의과정의 혼선을막기 위해선 정부·여당이 더 정신을 차려야겠지만 그보다 대통령이 정책결정과정에 대한 절차의 합리성과 합당성을명확히 챙겨야 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도록 하는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 당정이 그같은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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