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고속철도와 경주

경부고속철도 건설계획이 발표된 것은 6공시절이다. 그런데 '지금와서' 이를놓고 통과가 확정발표된 경주가 다시 시끄럽다. 시민들이 문화체육부의 경주통과 반대의견에 격렬히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경주시민들의 격렬함에는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지금까지 경주사람들은수십년동안 문화재보호라는 '먹고사는 것'과 상관없는 이유로 각종 재산상의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살아왔다. "천년고도, 문화도시라는 명예만 먹고 살았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다. 일부에서는 문화재가 발견돼도 다시 묻어버린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신고해 봤자 불이익만 당할 뿐 아무런 보상도 없기때문이다. 문화재 보호에 앞장서야할 문체부가 고의는 아니더라도 문화재파괴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를 보더라도 문체부는 경주통과반대를 얘기하기 앞서 경주시민들이 문화유산을 진정으로 자랑스레 여길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먼저 해야 했다. 일의순서가 뒤바뀌었다는 것이다. 즉 경주통과를 반대하려면 먼저 시민들의 실망감을 채워줄 보상책이라도 정부 타부처와 협의를 해야 했다. 또 문화재보호법상에 보상규정을 현실화시키는 방안도 마련해 봄직하다. 무작정 "문화재파괴가 우려된다"며 반대만 한다면 고속전철 통과로 '관광산업촉진 등으로 지역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꿈에 부풀어 있던 시민들은 다시 절망할 수밖에없다.

또한 문체부의 업무타이밍도 그냥 지나칠 일은 아니다. 한 마디로 '버스지난뒤에 손 흔드는 격'이다. 건설교통부가 대구.대전구간 문제로 곤욕을 치를때, 그리고 학계와 문화계가 경주통과를 반대할 때 문체부에서는 팔짱만 끼고 있었다.그러다 '느닷없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문체부만 탓할 일도 아니다. 건교부나 고속철도공단도 일을 잘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오직 건설하고 보자는 '비문화적' '비역사적'사고로 똘똘뭉친 사람들임을 대내외에 과시(?)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미 실시설계와예산편성이 마무리됐다"는 것이 건교부의 답변이다. 지금 공사를 하는 것도아닌데"어렵다"는 것이다. 잘못됐음을 알고도 단지 '귀찮아서' 못하겠다는소리로 들린다.

고속철도의 대전이남 구간건설은 당장 시작되지는 않는다. 시간적 여유가있다. 지금이라도 경주문제는 재검토돼야 한다. 물론 경주시민들에 대한 경제적인 보상문제도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 정부의 현명한 결정이 있어야 할것이다. 〈이동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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